[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개그맨인데 특별히 웃기는 재주가 없다. 이렇다 할 개인기도 없다. 그렇다고 개성 있는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데뷔 25년 차 연예인이지만 착한 옆집 남편 마냥 친숙하다. 그런데 이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변했다. 개인기를 연마한 것도, ‘예능신’이 내린 것도 아닌데 어쩐지 특별해졌다. 2017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생민의 이야기다.

김생민이 데뷔 25년 만에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뉴시스>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생민은 데뷔 25년 만에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KBS 2TV ‘연예가중계’, ‘김생민의 영수증’, SBS ‘TV동물농장’, tvN ‘짠내투어’ 등 현재 김생민이 출연하는 고정 프로그램만 5개에 달한다. ‘그뤠잇(Great)’, ‘스튜핏(Stupid)’ 등 데뷔 후 첫 유행어가 탄생했고 광고계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 전달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실상 리포터로서의 방송활동을 이어온 김생민. 그런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프로그램은 팟캐스트 방송 속 작은 코너로 시작된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코너에서 출발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뜨거운 반응을 얻어 지난 6월 독립 팟캐스트로 분리됐다. 두 달 뒤인 8월에는 KBS 2TV에서 15분 분량의 6부작 파일럿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편성, 공중파에 입성했다. 방송이 시작되자 ‘영수증 신드롬’이 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2회가 연장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계속적인 요구에 힘입어 ‘김생민의 영수증’은 일요일 오전 시간대로 자리를 옮겨 1회 70분, 총 10회로 정규 편성을 받아냈고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김생민이 메인 MC로 나서 의뢰인의 영수증을 분석하고 바른 소비 습관으로 이끌어주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가장 쉽고, 편한 방법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더니 그렇게 원하던 ‘재미’와 ‘웃음’이 따라왔다. ‘돈은 안 쓰는 것’, ‘노동 이즈 베리 임폴턴트’,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 대신 점프를 해라’,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하면 주의를 분산시켜라’ 등 수많은 어록을 탄생시키며 재미를 더했다. 특히 합리적 소비를 칭찬할 때 외치는 말인 ‘그뤠잇’과 불필요한 소비를 나무랄 때 쓰는 ‘스튜핏’은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남았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구축한 캐릭터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김생민의 절약적인 소비 습관과 여행이 접목된 프로그램인 ‘짠내투어’가 탄생하게 된 것. 케이블채널 tvN ‘짠내투어’는 설계자들이 직접 초저가 숙소부터 착한 가격의 맛 집, 무료 관광지 등을 찾아내 가성비 좋은 코스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김생민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실의 아이콘’ 정점을 찍었다.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그는 후배 박나래에게 전화로 팁을 얻고, 팀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동시간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 박명수가 “사법고시 준비하냐”라고 했을 정도. 또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손수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까다로운 박명수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특히 예능인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김생민은 ‘대세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짠내투어’는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한 것은 없다. 뜨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며 ‘인간 김생민’의 모습을 조금 더 보여줬을 뿐이다. 이처럼 화려하지 않은 그의 성공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듯하다.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5년 만에 찾아온 그의 전성기가 오랜 시간 계속되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