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우)를 블락하는 케빈 듀란트(좌).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NBA 사무국이 한 해 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크리스마스 매치 업은 그 해 가장 관심도가 높은 맞대결로만 구성된다. 거실 소파에 누워 느긋하게 연휴를 보내고 싶은 팬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NBA는 이번 크리스마스 또한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이 만나는 휴스턴 대 오클라호마,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넘치는 LA레이커스 대 미네소타 팀버울브즈 등 흥미진진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경기는 올해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결승 복수전’ 게임이다. 한국 시각으로 26일 아침 5시에 열린 이 경기는 3년 연속 NBA 결승에서 맞붙은 팀들의 대결이자, 두 팀의 3년 연속 크리스마스 대결이기도 하다. 동부지구와 서부지구를 대표하는 두 팀의 맞대결이 NBA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1점차 패배를 당했던 골든 스테이트가 올해는 99대 92로 설욕에 성공했다. 케빈 듀란트(25득점)와 클레이 탐슨(24득점)이 쌍끌이에 나선 골든 스테이트에 비해 클리블랜드는 31득점·18리바운드를 기록한 케빈 러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약이 전무했다. 다만 100점을 채 넘기지 못한 점수판에서 알 수 있듯 승자인 골든 스테이트 역시 파괴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스테판 커리가 결장한 가운데 벤치 자원들의 득점가담이 저조했고, 팀 컬러인 3점 슛 역시 37개를 던져 10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골든 스테이트를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은 수비였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했던 드레이먼드 그린이 여전한 존재감을 뽐낸 가운데 케빈 듀란트가 다섯 개의 블락과 두 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클리블랜드의 공격을 봉쇄했다. 4쿼터 막판 르브론 제임스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두 번 연속 수비에 성공했던 것은 이날의 백미였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팀 야투성공률이 31.8%, 페인트 존 공격성공률은 25%에 그치는 등 빈공에 시달렸다. 점수차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주전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평가는 당분간 감수해야 할 듯하다.

손꼽히는 빅 매치답게 여운도 짙다. 4쿼터 마지막, 듀란트가 르브론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두 선수의 접촉이 문제였다. 골든 스테이트에게 두 번의 공격권을 안겨줬던 듀란트의 이 플레이에 대해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 스포츠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듀란트의 파울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두 NBA 감독 출신인 마크 잭슨‧제프 밴 건디 해설위원은 듀란트의 파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25년의 심판경력을 자랑하는 스티브 재비는 “허용 가능한 몸싸움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크리스마스 매치의 승부는 이미 났지만, ‘파울이냐, 아니냐’ 논쟁은 내일 NBA가 공식 파울 콜 리뷰를 내놓을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듀란트 본인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불필요한 접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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