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가운데)은 전설을 향해 성큼성큼 뛰어가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39골. 2017년 해리 케인이 EPL에서 넣은 골 수다. 해리 케인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또 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1995년 잉글랜드 전설 앨런 시어러가 기록했던 한 해 EPL 최다골 36골을 넘어선 것이다.

또한 해리 케인은 올해 소속팀 및 국가대표팀에서 치른 모든 경기를 통틀어 56골을 기록하며 54골을 리오넬 메시도 넘어섰다. 메시는 올해 남은 경기가 없다.

역사에 남을 기록과 2017년의 주인공이 될 기록을 모두 수립한 해리 케인. 놀라운 점은 그가 고작 1993년생이라는 점이다. 물론 선수에 따라 다른 측면은 있으나, 대부분은 20대 중후반~3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 그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심지어 해리 케인은 많은 것을 갖췄다. 188cm의 큰 키에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드리블과 속력 또한 훌륭하다. 문전 앞에서든 중거리 슈팅이든 골 결정력은 월드클래스다. 여기에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고 침착하고, 또 성실하다.

이처럼 해리 케인은 전설적인 선수가 될 많은 자질을 갖췄고, 이미 전설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그가 향후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에 쏠린다. 과거 수많은 레전드들이 그랬듯, 레알 마드리드 같은 세계적 명문구단으로 이적하리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토트넘이 그를 지키는 것은 어떨까.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마이클 캐릭,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이들은 모두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으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선수인생에서 토트넘은 정상을 향한 계단이었다.

토트넘이 이들을 놓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적절한 선수보강과 함께 EPL 우승을 차지하고, 더욱 세계적인 명문구단으로 도약했을 수 있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토트넘은 그동안 구단의 주급체계를 철저하게 유지해왔다. 제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가 성장해도 계속해서 품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준수한 성적을 유지해왔지만 늘 한계는 있었다.

한계를 깰 수 있는 것은 토트넘 스스로다. 해리 케인은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공격수이자 21세기를 대표하는 선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다. 게다가 또래 팀동료들과의 호흡 및 관계도 아주 좋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케인보다 1살 위고, 델레 알리는 1996년생으로 한참 동생이다. 이들과 함께 토트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은 결코 무리한 도전이 아니다.

더욱이 해리 케인은 토트넘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잇따른 이적설을 일축하며 토트넘 유니폼만 입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해리 케인을 놓치지 않을 지혜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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