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는 박싱데이에도 강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EPL엔 ‘박싱데이’라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유럽리그가 잠시 휴식기를 같은 연말연시,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살인일정’인데, 매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EPL팀들은 12월에만 리그에서 7경기를 소화했고, 연초에도 1경기를 추가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주말부터 1월초까지 열흘 새 3경기를 치러야 했다. 본머스와 브라이튼의 경우 앞선 경기가 끝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음 경기를 마주하기도 했다.

여기에 카라바오컵 8강 진출 팀들은 1경기가 더해졌고, 박싱데이의 마지막은 FA컵 64강으로 마무리됐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이러한 일정 속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변수가 나오는 것이 박싱데이다. 또한 시즌 최종 성적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이번 박싱데이에서 어떤 팀이 울고 웃었을까.

우선 올 시즌 적수가 없는 맨체스터 시티는 박싱데이에도 강했다. 맨시티는 12월 들어 웨스트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완지, 토트넘, 본머스, 뉴캐슬 등을 차례로 꺾었다. 특히 숙적 맨유와 난적 토트넘을 제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한 차례 삐끗하기도 했다. 올 시즌 최악의 출발을 보이다 반전에 성공한 크리스탈 팰리스와 무승부에 그친 것이다. 박싱데이 한복판에 벌어진 일이었고, 연승행진이 깨지면서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맨시티는 새해 들어 왓포드를 제압하고, FA컵에서 번리를 잡는 등 다시 위용을 되찾았다.

라이벌 맨시티의 독주가 유난히 불편할 맨유는 우울한 박싱데이를 보냈다. 12월의 출발은 좋았다. 아스널을 3-1로 제압했다. 그러나 곧이어 만난 맨시티에게 패했다. 심지어 카라바오컵에서는 2부리그 브리스톨 시티에게 일격을 당했다. 충격이 컸던 것인지 본격적인 박싱데이엔 레스터, 번리, 사우스햄튼 등 복병들에게 줄줄이 발목을 잡혔다. 모두 무승부였다. 1월 들어 에버튼을 잡고 더비와의 FA컵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위안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맨시티와의 격차는 어느덧 15점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첼시와 리버풀은 최상은 아니지만 꽤나 준수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먼저 첼시는 박싱데이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했는데, 무승부 상대는 에버튼과 아스널이었다. 리버풀은 박싱데이 첫 경기를 아스널과 비긴 뒤 3연승을 달렸다. 덕분에 두 팀은 경쟁상대들을 제치고 2위 맨유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토트넘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승점을 쌓았지만, 맨시티에게 1-4 대패를 당한 점과 박싱데이 웨스트햄과 무승부를 기록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만, 한국팬들에겐 손흥민의 맹활약이 즐거웠던 기간이었다.

상위권 팀들 중 최악의 연말연시를 보낸 것은 아마도 아스널일 것이다. 12월의 첫 경기부터 맨유를 만나 패했고, 이어 사우스햄튼, 웨스트햄과 모두 비겼다. 뉴캐슬을 꺾으며 모처럼 승점 3점을 따냈지만 리버풀과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크리스탈 팰리스를 꺾은 뒤에는 웨스트브롬, 첼시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리그 8경기에서 2승 5무 1패를 기록한 아스널이다. 이로 인해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고, 이른바 ‘빅6’ 중 유일하게 승점 40점 고지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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