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12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바른정당과 뿌리, 가치와 정체성,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이 오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언한 이후 격해진 내홍은 해를 넘기면서 까지도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격화된 모습이다. 당내 중진들의 만류에도 안 대표는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거침없이 준비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대표적인 ‘통합 반대파’다. ‘통합’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어감이 있다고 생각해 대신 ‘합당’이라고 부른다. 정 의원은 12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바른정당과 뿌리, 가치와 정체성,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통합이 추진된다면 반대파가 따로 당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정 의원은 “당을 새롭게 꾸리는 문제는 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온갖 꼼수와 편법을 통해 강행한다면, 같은 정치의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 합당반대파의 입장”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 의원은 최근 판문점 대화채널이 복원된 것과 관련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자 한 사람의 반헌법적인 결정으로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끊어진 판문점 남북 대화채널이 이제라도 복원되어 참 다행”이라며 “정부가 판문점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안철수 대표가 내달 4일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확정했다. 통합 반대 측에서도 당을 새로 꾸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바른정당과 뿌리, 가치와 정체성,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보수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분명히 중도개혁정당이 아니라 보수정당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개혁 내지 중도개혁정당을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온갖 꼼수와 편법을 통해 강행한다면, 같은 정치의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 합당반대파의 입장이다. 당을 새롭게 꾸리는 문제는 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현재 호남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반대파 의원들의 민주당 복당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한마디로 하면 그럴 가능성 없다. 그것은 국민의당 탄생의 근거인 기득권 양당정치 극복, 다당제의 실현과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갈등과 대결의 정치를 야기하는 양당제 시대를 끝내고,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한 다당제를 발전시키라는 시대적 사명을 국민에게 부여받았다. 그런데 지도자 몇 사람이 밀실에서 국민의 선택을 저버리고 당을 합치고, 쪼개고, 당을 바꾸는 것은 구태정치요, 다당제 민주주의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당은 인위적인 야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한국정치에 다당제가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몰두해야 한다. 인위적인 야합으로 더 큰 3당을 만든다 한들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당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소멸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양당제가 불러온 갈등과 폐해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분명한 개혁 정체성을 바탕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한 정치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민생개혁을 이뤄내는데 매진할 것이다”

- 혹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에서 당 대표직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나.

“일부 그런 소문이 있었으나 저는 받아본 적이 없다.”

- 안철수 대표는 통합의 명분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들고 있다. 통합신당이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으로는 구조적으로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대다수 선거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개혁성향의 유권자와 보수성향의 유권자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은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의 후보자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 회색정당으로는 득표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체성도 다르고 정강과 정책이 모호한 정당의 후보자들을 유권자들이 지지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 말고 경쟁을 해볼 만한 지역이 어디있는가.”

-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의 생존을 위해 호남에만 묶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동의하나.

“동의 못한다. 국민의당의 시작과 출발선이 호남이었다. 최대 지지기반도 호남이다. 그런데 호남을 버리고 새로운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것은 정치와 선거의 ABC이다. 안철수 대표의 말이 맞으려면 호남을 기반으로 한 확장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데 호남에서 결사반대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옹색한 논리다.”

- 당이 시끄러운 요즘, 국민의당이 창당할 당시가 떠오른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을 때 어떤 얘기가 오갔나.

“당시 안철수 대표를 직접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일례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직접 썼느냐 라고 물었다. 안철수 대표는 ‘그랬다’라고 답변했다. DJ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안철수 대표는 적극 이어받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난 그게 이해가 안 된다. 난 안철수 대표가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정치를 했으면 한다. 최소한 유승민 대표처럼 맞던 틀리든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애기하고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 그동안 지켜본 ‘안철수’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대선 전의 안철수 대표와 대선 후의 안철수 대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어떤 것이 진짜 안철수 대표의 모습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 의원은 최근 판문점 대화채널이 복원된 것과 관련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이후 끊겼던 판문점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도자 한 사람의 반헌법적인 결정으로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끊어진 판문점 남북 대화채널이 이제라도 복원되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국익을 위해서는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이 단절시킨 남북 교류를 하나씩 복원해나가야 한다. 판문점 남북 대화채널을 시작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군사회담,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 회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류를 상징했던 사업을 하나씩 복원해나가며 북한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북한의 참가로 평화의 올림픽이 된 평창올림픽 이후 스포츠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2005년을 끝으로 중단된 남북통일축구대회를 러시아월드컵 직후 개최한다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하는 농구 교류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에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평양에 가서 공연하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을 방문하여 공연하는 등 북한과 다양한 문화 교류를 추진해본 경험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서 EXO, 트와이스, 워너원이 평양에서 한반도 평화를 말하고, 노래한다면 그들을 동경하는 세계 각국 팬들에게 확고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부가 판문점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도 김정일 체제의 북한과 다르지 않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2016년 7월 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발표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김정인의 유훈’이라 적시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2005년 6월 17일 저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 말한 것과 동일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에 모두 들어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수교하며,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꿔내는 논의에 착수하라는 9.19 공동성명이 북핵 문제를 푸는 열쇠다. 매번 ‘역사상 가장 강력한’이라 발표했던 대북 제재 결의안도 결국 대화를 통한 9.19 합의 이행이 최선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보수세력은 냉전적 사고에 빠져 아직도 허황된 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미국과의 핵전쟁이나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시대 사회주의 블록이 전부 소멸하고, 냉전시대 체제경쟁의 승자가 이미 확고하게 정해진 상황에서 과연 북한이 스스로 자멸하는 전쟁의 길을 택할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북한이나 김정은의 북한이나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항구적인 생존확보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모습인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명균 통일부장관, 천해성 통일부차관은 참여정부에서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들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 회담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성사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의 성공에 도취되어 너무 앞서나가거나 주변국과의 공조를 소홀히 하면 언제든 남북관계는 악화될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1992년 팀스피릿 훈련 중단과 북한의 IAEA 사찰 수용 등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92년 9월 충격적인 대통령 훈령 조작사건과 갑작스러운 팀스피릿 훈련 재개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평화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긴밀히 공조하여 상호신뢰를 훼손되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북한도 상호신뢰가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가 비핵화로 진전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것을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하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튼튼한 한미공조 속에서 남북이 대화를 하고, 우리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북한은 우리가 북미수교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입구로, 한반도 비핵화를 출구로 삼고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우리가 미국, 중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하다보면 한반도 비핵화란 공동의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