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3' 크리스 폴이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클리퍼스 팬들과 만난다. 사진은 각각 휴스턴(왼쪽)과 클리퍼스(오른쪽) 소속이었을 때의 폴.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NBA 30개 팀 중 22개 팀이 경기를 갖는 16일(한국시각), 가장 눈길을 끄는 대진은 단연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맞대결이다. 케빈 듀란트가 절호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골든 스테이트를 상대로 최근 심상찮은 부진에 빠져있는 클리블랜드가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빅 매치를 단순한 오프닝 행사로 여길 사람들도 있다. LA에 거주하는 클리퍼스 팬들에게 이날 12시 30분부터 열리는 휴스턴 로켓츠와의 홈경기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때 클리퍼스를 대표하는 얼굴이었고, 이제는 휴스턴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맹활약하고 있는 크리스 폴이 클리퍼스를 첫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LA 클리퍼스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한 NBA에서도 손꼽히는 약체였다. 버팔로 브레이브스라는 이름을 쓰던 1970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승률이 4할에 불과할 정도로 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같은 구장을 쓰는 형제팀 LA 레이커스가 승승장구할수록 클리퍼스는 더욱 초라해졌다. 그 흔한 영구결번 하나 없을 정도다.

지난 2011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게 된 폴은 도착과 동시에 구단 역사에서 유래가 없던 황금기를 열었다. 2011/12시즌부터 지난 16/17시즌까지 클리퍼스의 승률은 65.7%로 수직 상승했으며, 구단 역사상 단 두 번뿐인 디비전 타이틀도 이 기간 중 얻어냈다. 블레이크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이 폴의 패스를 받아 찍는 호쾌한 덩크는 ‘랍 시티’라는 별명까지 만들어냈다. 레이커스와의 오랜 천적관계가 역전된 것은 물론이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선 우승은커녕 컨퍼런스 파이널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크리스 폴과 함께했던 6년 동안 클리퍼스는 서부지구의 강호라는 칭호에 손색이 없었다.

폴 개인으로서도 좋은 기억이 많다. 그는 구단 역사상 누적득점 6위(7674점)·누적 어시스트 1위(4023개)·윈쉐어(승리기여도‧78.2) 1위에 올라있을 만큼 클리퍼스 구단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다. 트레이드로 팀을 떠날 때도 옛 소속팀에게 루 윌리엄스와 패트릭 베벌리, 몬트레즐 하렐 등 쏠쏠한 자원들을 다수 안겨줄 정도로 ‘아름다운 이별’을 성사시켰다. 이 ‘CP3의 유산’들은 클리퍼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로서 활약하는 중이다.

두 팀은 지난 12월 휴스턴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가졌지만, 당시 폴은 다리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16일 맞대결은 폴에게도 옛 동료들과 재회하는 첫 시합인 셈이다. 클리퍼스 구단이 어떤 환영식을 준비했을지, 폴과 그리핀의 1대1 대결이 성사될지, 디안드레 조던은 과연 폴의 슛을 블락할 수 있을지 등 관전 포인트는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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