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호동이 기나긴 부진을 끝내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강호동은 올해도 열일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완벽한 부활이다. 한때 예능계를 호령했던 ‘야생 수컷 호랑이’ 강호동이 강한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장착했다. 세금 탈루 논란으로 위기를 겪은 그가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비결이다.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은 1992년 씨름계를 떠난 뒤 1993년 선배 이경규의 추천으로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행님아~’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던 강호동은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속 코너 ‘공포의 쿵쿵따’와 SBS ‘강호동의 천생연분’, ‘야심만만’ 등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SBS ‘강심장’·‘스타킹’,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그리고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를 통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을 휩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강호동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세금 탈루 논란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한 것. 이후 1년 만에 복귀했지만 과거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부진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던 강호동은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지난해 tvN ‘신서유기’ 시리즈, ‘섬총사’, ‘수상한 가수’와 JTBC ‘아는 형님’, ‘한끼줍쇼’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올해에는 올리브 새 예능프로그램 ‘토크몬’을 통해 토크쇼 MC 명성 되찾기에 나선다.

강호동의 성공적 부활의 시작은 ‘신서유기’를 통해서다. (사진은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근 송민호 은지원 강호동 안재현. <뉴시스>

◇ 부활의 시작 ‘신서유기’

강호동의 부활의 시작을 알린 프로그램은 나영석 PD와 함께한 ‘신서유기’다. 긴 부진을 겪고 있던 강호동은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호흡을 맞췄던 나 PD와 2015년 재회, 웹 예능 ‘신서유기’에서 점차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신서유기’는 강호동을 비롯해 ‘1박2일’ 시즌 1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수근, 은지원 그리고 이승기가 다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당초 인터넷으로만 공개되는 웹 예능이었지만 ‘대박’을 치며 정규 방송으로 편성, 시즌 4까지 방송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이 공개되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메인 셰프 강호동을 필두로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서유기’ 멤버들(이수근·은지원·안재현·송민호)의 모습을 담은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은 본방송인 ‘신서유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카리스마를 덜어낸 강호동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강한 카리스마로 동생들을 이끌었던 강호동은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으로 색다른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또 손님들을 향해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던 그의 모습에 시청자도 박수를 보냈다.

‘아는 형님’과 ‘한끼줍쇼’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호동. < JTBC ‘아는 형님’-‘한끼줍쇼’ 포스터 >

◇ 강호동의 내려놓음 ‘아는 형님’- 소통의 아이콘 ‘한끼줍쇼’

‘아는 형님’도 강호동의 성공적 복귀에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의 종합편성채널 첫 진출작이기도 한 JTBC ‘아는 형님’은 방송 초반 낮은 시청률로 폐지 위기까지 갔으나 ‘형님 학교’로 포맷을 변경한 후 안정적으로 정착해 현재 JTBC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군림형 MC가 아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동생들(이수근·서장훈·이상민·김희철·김영철·민경훈) 캐릭터를 살리는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과거 ‘1박2일’에서 멤버들을 구박하며 웃음 코드를 만들어냈던 그는 이제 구박을 ‘하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이 됐다. 이수근부터 민경훈까지 동생들의 숱한 폭로와 구박에도 강호동은 기꺼이 자신을 개그 소재로 내놓는다. 그의 ‘내려놓음’이 새로운 개그 포인트가 되고 있다.

‘형님’ 자리가 익숙한 그는 자신을 연예계로 이끈 ‘큰형님’ 이경규와 함께 ‘한끼줍쇼’에서 신선한 ‘케미’를 발산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 국민들의 저녁 속으로 들어가 저녁 한 끼 나누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은 마주치는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소통의 아이콘’에 등극했다. 심지어 길가에 핀 꽃을 보면서도 소통하는 강호동과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젓는 이경규의 모습이 ‘깨알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강호동의 ‘소통’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시민들과 식사 한 끼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5년 만에 토크쇼 MC로 나선 강호동. 그의 옆자리는 정용화(왼쪽)가 채웠다. <올리브 ‘토크몬’>

◇ 강호동표 토크쇼 부활? ‘토크몬’

강호동은 지난 15일 첫 방송된 올리브 ‘토크몬’을 통해 5년 만에 토크쇼에 돌아왔다. ‘토크몬’은 2인이 한 팀을 이뤄 토크 배틀을 하는 ‘페어플레이(pair play)’ 토크쇼. 토크 고수로 알려진 ‘토크 마스터’와 토크 원석인 ‘토크 몬스터’가 짝이 되어 ‘킹스몬’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가 관전 포인트다.

‘강심장’,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등을 통해 토크쇼 MC로 진가를 인정받았던 강호동은 ‘토크몬’을 통해 토크쇼 부활에 도전한다. 특히 과거 게스트를 압박하는 역할이었던 강호동은 ‘토크몬’ 첫 방송에서 한층 더 여유 있고 유연해진 진행 실력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단 1회밖에 방송되지 않아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만난 강호동표 토크쇼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2018 연예대상에서 만나요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강호동은 주 무대가 지상파가 아닌 종편과 케이블 채널이었기 때문에 연말 시상식에서 무관에 그쳐야 했다. 꼭 상을 받아야만 그의 노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대상 수상에 감격해 큰 절을 올리던 모습과 본인의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동료 및 경쟁자들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던 강호동의 모습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전성기 시절의 폼을 완벽하게 되찾고 부활에 성공한 강호동.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는 그의 이름이 호명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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