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 설치된 프롬프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 때 “나는 문 대통령처럼 답변을 써주는 프롬프터도 없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물으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에 (답변이) 올라오더라”고 말해서다.

결론적으로 홍준표 대표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출입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프롬프터에)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은 게 아니라, 질문 요지를 쳤던 것”이라며 “참모들이 써준 답변을 보고 답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즉석에서 이뤄지는 질의응답 형식상 답변을 뒤에서 쳐주고 프롬프터에서 읽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답변을 적어줄 정책실장과 각 수석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왼쪽 편에 배석, 프롬프터를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없었다. 대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하기 어려운 전문분야나 구체적인 질문이 나올 경우, 수석들이 답변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기자회견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제분야 질문에 답변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인 1질문을 요청했었는데, 2개의 질문을 한 기자도 있고 질의가 길어져 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쪽지로 적어서 드릴까 하다가 방송으로 생중계가 되고 모양새가 좋지 않아 프롬프터에 적었다. 나중에는 요지를 적는 것도 별 필요가 없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공개하진 않았지만, 사실 프롬프터에는 질문하는 기자의 이름과 언론사명이 적혔다고 한다. 질문권을 얻은 기자는 소속매체와 이름을 밝히는데 문 대통령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이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을 언급, 언론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자 입장에서 대통령이 직접 호명 해준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마음 씀씀이”라고도 했다.

이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언론관 문제만 부각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질문을 하자 “오마이뉴스도 우리 당 출입하느냐”며 망신을 주려했다. ‘셀프공천’ ‘언론관’ 등 불편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 질문은 하지 말라” “이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매체와 질문내용을 가리지 않고 성실히 답변이 임했던 문 대통령과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형식은 같았지만,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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