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부산행’으로 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이 신작 ‘염력’으로 돌아왔다. 초능력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한국형 히어로물에 도전한 그가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을까? 영화 ‘염력’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이 베일을 벗었다. < NEW 제공>

◇ 스토리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자. 평범한 은행 경비원 신석헌(류승룡 분).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바로 염력이 생긴 것. 그에게 초능력이 생긴 날, 어릴 적 헤어진 딸 루미(심은경 분)로부터 아내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석헌이 집을 나간 후 학업을 포기한 채 통닭 장사를 하며 청년 사업가가 된 딸 루미가 하루아침에 재개발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이 과정에서 엄마까지 잃게 된 것. 루미의 사정을 모두 알게 된 석헌은 딸을 그곳에서 꺼내려고 하지만 석헌을 향한 원망만 커질 뿐이다.

루미를 만나고 돌아가던 길, 상가를 들이닥친 용역 회사 민 사장(김민재 분)와 그의 직원들을 보게 된 석헌은 염력을 이용해 이들과 맞서 싸운다.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던 루미와 상가 상인들은 석헌의 능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석헌은 본격적으로 이들을 지키게 된다. 이에 루미도 석헌을 향한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개발 건설사의 압박은 강해지고 결국 민 사장은 공권력까지 동원해 철거민을 몰아내고자 한다. 경찰서에 갇힌 석헌이 없는 틈을 타 물 대포를 쏘아대고 소시민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경찰들과 민 사장. 이기고 싶었지만 아니 이겨내야만 했지만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석헌은 거대한 자본의 힘과 공권력에 맞서 루미와 상가 식구들을 구해내고 진정한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 ‘염력’을 완성했다. < NEW 제공>

▲ 연상호의 상상력과 배우들의 호연은 ‘UP’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은 이번에도 놀라웠다. 2016년 여름, 영화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전에 없던 신선한 소재와 장르에 과감히 도전해 1,156만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 그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초능력’이다. 연 감독은 갑자기 염력을 얻게 되며 점차 변화해 가는 평범했던 한 남자의 모습을 유쾌한 재미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염력으로 라이터를 낚아채고 재떨이를 들어 올리는 염력의 일상 활용법부터 마술사로 전 세계적 유명세를 얻어 돈방석에 앉을 계획을 하는 석헌의 모습은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또 곤경에 처한 딸을 지키기 위해 염력으로 악당들을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높은 몰입감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변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연기파 배우 류승룡은 체중을 12kg 늘리며 외모부터 석헌으로 완전히 분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뿐만 아니라 특유의 친근하고 능청스러운 연기서부터 와이어 액션까지 선보이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정유미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자신과 회사의 이익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상무, 홍 상무 역을 맡은 정유미는 ‘염력’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극중 홍 상무는 웃기기도 하면서 소름 끼치는 면을 동시에 지닌 악역. 여기에 정유미가 가진 상큼 발랄한 이미지와 특유의 해맑은 모습이 더해져 전에 보지 못한 독창적 매력의 악역 홍상무가 탄생했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강한 존재감을 남긴 그다.

여기에 전형성을 벗어난 캐릭터와 개성으로 스크린을 접수한 20대 대표 배우 심은경과 대체 불가 매력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정민, 김민재까지 개성 넘치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며 놓칠 수 없는 재미를 안길 예정이다.

▼ 디테일 떨어지는 감정 연출은 ‘DOWN’

하루아침에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 그가 염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없다. 우연히 약수터에서 물을 한 잔 마셨을 뿐이다. 석헌의 ‘특별한’ 능력에 주변인들은 크게 놀라지 않는다. 그냥 신기해하는 정도. 이러한 설정은 석헌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또 석헌의 초능력으로 거대 조직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초능력 없이는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현실에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석헌과 루미의 관계 회복을 그려내는 과정도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자신과 엄마를 두고 떠난 아빠 석헌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온 루미는 다시 만난 석헌의 강압적인 태도에 더욱 분노한다. 석헌은 그런 딸의 모습에 도리어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다 석헌이 염력으로 루미와 상가 상인들을 지키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돼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온 루미가 석헌의 어떠한 변명이나 사과도 듣지 못한 채 그냥 물 흐르듯 회복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공감하기 어렵다.

영화 ‘염력’ 신석헌(류승룡) 포스터. < NEW 제공>

◇ 총평  

석헌이 초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든지 부녀 간의 관계 회복 등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101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염력’은 단 1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았다. 석헌의 염력이 펼쳐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구현한 CG는 신선한 재미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연상호표’ 코미디가 더해져 유쾌한 스토리가 완성됐다. 여기에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철거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완성된 영화 ‘염력’.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 놀라움과 흥분을 동시에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을 안길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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