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아이돌’ 특혜 논란… 경희대는 왜 침묵하고 있는 걸까

가수 조권이 경희대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SBS 방송화면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특혜를 ‘받은’ 사람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는데 특혜를 ‘준’ 쪽은 조용하기만 하다. 경희대학교 측이 또다시 연예인 특혜 의혹 논란 중심에 섰다. 그러나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서 특정 연예인의 뒤에 숨어있는 꼴이 돼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연예인의 몫이 되고 있다. 사고는 둘이 쳤는데 한쪽만 총알받이가 된 상황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조권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이 납득이 가는 이유다.

◇ ‘경희대 아이돌’ 논란의 시작

지난 6일 SBS ‘뉴스8’은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인 B씨가 경희대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엉터리 공연으로 지난해 경희대 대학원에서 실용음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석사학위의 졸업 공연 세부 규칙 상 60분 이상의 단독 공연이어야 하고 본인이 직접 교외 자원을 활용해 세션 연주자들을 섭외해야 하는데 B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허술한 공연을 했음에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SBS 측은 해당 사건의 주인공이 가수 조권임을 암시하는 듯한 자료 사진을 내보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조권의 앨범 커버로 추측되는 사진이 보도됐고 단숨에 조권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조권이 솔직한 심경을 전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권 앨범 커버>

◇ 조권, 억울함 토로

조권과 그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은 7일 오후 늦게서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권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심경을 전하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조권 측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 측의 안내에 따라 적절한 심사 절차를 통해서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 담당 지도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SBS가 보도한 ‘졸업공연 대한 세부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 교수들은 없다는 것이다. 또 “비 논문 학위 신청 발표 시 교수진들 앞에서 공연 내용을 발표했고 추후 결과 보고서를 받아 졸업을 한 것일 뿐 규정에 어긋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 논문 학위 심사에서 추후 공연영상을 추가로 제출하라는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조권 본인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졸업이 결정된 상황이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로 인해 학위가 취소된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권은 “연예인이 아닌 학생으로 성실히 학교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교수님들과 동기들이 누구보다 잘 알아줄 것”이라며 “지난 대학시절이 한순간으로 엉터리, 조작이 되어버린 부분에 고통스럽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조권은 학과 내에 권력 다툼으로 인한 음모와 갈등으로 학생들과 특정 연예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권력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경희대 특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조권(왼쪽)과 정용화. <뉴시스>

◇ 경희대는 뭐 해요?

이러한 가운데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경희대 측은 조용하기만 하다. 조권도 “경희대학교에서 먼저 입장 발표를 해주실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아 직접 심경을 전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경희대 아이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그룹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가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정용화는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고 오는 3월 5일 입대한다.

당시 경희대 측은 사건이 불거진지 나흘 만에 “입시 지원자(정용화)가 면접전형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대학원 관련 규정에 의거, 즉각 입학 취소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해당 사건을 주도한 학과장 이모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꼬리 자르기’식 태도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 여부, 또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 등에 관한 입장은 나타내지 않았다. 이번 조권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불과 20여 일 만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두 가지 사건 모두에 연관돼있는 경희대학교 측은 특정 연예인과 개인의 뒤에 숨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비난의 여론은 연예인, 그들에게만 향하고 있다. 물론 정용화와 조권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관행이 어찌 됐든 ‘특혜를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 조권의 문제는 조금 더 조사가 이루어져야 알겠지만 떳떳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다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연예인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비단 정용화와 조권뿐이랴.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행해지는 편법들과 위법 행위들은 그보다 더 할 것이다. 특혜를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원인을 제공하는 학교 측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의 ‘만행’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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