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 아닌데… 공동접수 '협조요청'에서 '출장홍보'에 잦은 실적보고 요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선에 과도한 홍보활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경남 양산시가 지난 6일 중부동 상가지역 인근에서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등 4개 기관 합동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와 현장접수를 위한 가두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선에 과도한 홍보활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이 저조하자 ‘출장홍보’ 지시와 함께 관련 실적보고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시사위크>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2월 29일 각 지역본부 및 지사 등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공동으로 접수해달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대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돕자는 취지였다.

‘협조’에서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달부터였다. 지난달 16일 공단은 지사별로 일자리 안정자금 관련 담당자 현황파악 지시를 내렸다. 집중화센터와 지사 별로 ▲사업장 적용 ▲직장가입자취득 ▲보수월액변경신청 처리 담당자 명단을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시기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김부겸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며 주요부처에 대한 채찍질을 하던 시기였다.

이후 같은 달 24일에는 각 지역본부장과 지사장에 ‘출장홍보’ 지시가 떨어졌다. “범정부차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소속 직원들이 사업내용을 숙지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추진되도록 '조치'하라”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 지역본부 및 지사에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지시한 공문. <시사위크>

출장홍보 지시와 함께 첨부된 출장 홍보계획에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명시됐다. 1월25일부터 2월14일까지 '가'급지는 35개, '나'급지는 20개의 사업장을 방문하도록 했다. 단순히 홍보에 그친 수준이 아니라 ‘대표자 면담까지 완료’한 건수가 보고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 대표자의 지원의사가 없으면 그 사유를 확인하고, 대표자에게 “사업기간 이후 공단 조사로 취득되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및 보험료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하라”는 등 현미경 지시도 내렸다.

특히 ‘협조사항’으로 각 지사에 간부직원들은 사업 추진상황을 공유하라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이를 통해 각 지사별 상황이 비교될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홍보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정부차원의 실적강요 압박에 일선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은 물론이고, 일선 현장에서는 관련 민원 업무처리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본업무와 관련없는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업무시간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야근을 강요당하는 등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내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 지역본부 및 지사에 출장홍보 지시와 함께 첨부된 출장 홍보계획 내용. <시사위크>

건보공단 일선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업무시간에는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출장 나가고, 시시각각 지시사항이 메일이나 메신저, 공문으로 하달되는 등 보고 압박이 심하다”며 “최근에는 홍보현수막 걸고, 전광판이나 IPTV를 설치하라는 등 지시사항이 지나치게 내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민원이 몰리고 있는데, 관련 문의가 와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마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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