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과 듀란트의 정치적 발언을 비난한 로라 잉그레이엄 앵커. <폭스 뉴스 채널>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NFL의 ‘무릎 꿇기’ 운동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스포츠계와 정치계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엔 NBA가 무대다. 가장 유명세 높은 스타 플레이어 두 명이 공적 발언의 자유를 두고 보수언론과 설전을 벌였다.

폭스 뉴스의 앵커 로라 잉그레이엄은 17일(현지시각) 자신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두 선수가 최근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조용히 하고 드리블이나 해라”라고 일갈한 것이다. 보수언론인인 로라 잉그레이엄은 작년 여름 유력한 백악관 대변인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며, 좌파 색채를 띤 할리우드의 엘리트들을 겨냥해 ‘조용히 하고 노래나 해라’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경력도 있다.

잉그레이엄 앵커가 문제 삼은 것은 두 선수가 ESPN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대목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르브론 제임스는 더운 날씨를 대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과 연결 지었으며, 듀란트는 “이 나라는 좋은 코치(대통령)가 없나봐”라는 말로 화답했다.

‘침묵과 드리블’ 발언이 확산되자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를 운동선수로만 규정짓지 마라”고 쓰며 반박에 나섰다. ‘입 다물고 드리블만 치고 있지 않을 것이다’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듀란트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NBA 선수인 동시에 미국 시민이다”며 “그녀는 내가 사람들이 더 좋은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수차례 인종차별 논란을 낳았으며, 흑인인권 문제에 대해 자주 목소리를 내왔던 NBA 선수들은 공공연히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여왔다. 작년에는 스테판 커리를 비롯한 일부 골든 스테이트 선수들이 대통령의 백악관의 초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즉각 선수들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백악관과 선수들 사이에서 애매한 중립을 지켰던 NFL 사무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버 총재는 올스타 전야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선수들이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르브론과 듀란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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