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을 가다②] 국내 최대 철근 생산공장 ‘동국제강 인천제강소’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근 생산공장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인천=권정두 기자] 오늘날 건설현장에서 철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재다. 아파트, 빌딩은 물론 터널, 교량, 항만 등 대형 시설물에서 우리 몸의 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없고, 그래서 크게 주목도 받지 못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철근 생산은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의 근간이다.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철근 생산량이 2년 연속 1,000만톤을 넘겼다. 하지만 엄청난 열을 필요로 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상, 이 같은 호황의 이면엔 환경오염이란 과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단일공장 기준 국내 최대 생산규모를 갖춘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혁신적 기술력은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친환경성과 비용 절감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 보이지 않는 곳곳에 쓰이는 철근, 최대 생산 공장 가보니

120톤 에코아크 전기로의 전극봉이 고철을 녹이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방문한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철근 비수기’로 통하는 겨울임에도 활기가 넘쳤다. 이곳은 연간 220만톤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동국제강 내에서는 물론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철근 생산량을 자랑한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여낸 뒤 새로운 철근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공정은 크게 제강과 압연으로 나뉜다. 고철을 쇳물로 녹여낸 뒤 다시 ‘빌릿’이라 불리는 반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제강공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빌릿은 압연공정을 통해 제각기 다른 규격의 철근으로 완성된다.

조금 쉽게, 연인이나 가족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으로 예를 들어보자. 기존의 초콜릿을 녹여 뜨거운 액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 제강공정의 핵심이다. 일반 가정에서 가스렌지 열을 이용해 냄비 안의 초콜릿을 녹인다면, 제강소에선 전기로 안에 고철을 넣고 전극봉을 꽂아 전극이 통하게 하는 방식으로 열을 발생시켜 녹인다.

녹은 초콜릿에 우유 등 첨가물을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하는데, 제강공정에서는 정련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부자재 등을 넣어 성분을 조정하는 단계다. 본격적으로 모양을 만들기에 앞서 일정한 크기의 초콜릿 덩어리로 토막 낸 것을 빌릿이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제강공정은 끝난다. 이 덩어리, 즉 빌릿에 다시 열을 가한 뒤 특정 모양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식히는 과정이 압연공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고철을 녹여 쇳물로 만들기 위해선 1,600도에 육박하는 온도가 필요하고, 모양을 갖춘 뒤에는 빠르게 식혀야 형태에 변화가 없고 더 튼튼하다.

왼쪽은 전통적 방식의 전기로이고, 오른쪽은 에코아크 전기로다. 기존의 전기로에선 ①번의 뚜껑을 열어 고철을 넣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열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에코아크 전기로는 ②번의 노란색으로 표시된 샤프트를 통해 고철이 투입된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고철이다. ③번의 빨간색 화살표는 전기로에서 발생한 가스를 빼내는 관이다. 이 관에서 발생하는 열이 고철을 예열시켜 주기 때문에 효율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④번은 샤프트에서 예열되며 아래까지 내려온 고철을 전기로에 투입해주는 푸셔다. 앞뒤로 움직이며 고철을 밀어 넣는다.

◇ 기존 전기로 대비 75% 전기만 사용, 국내 유일 ‘에코아크 전기로’

이날 기자를 맞이한 동국제강 인천제강소 관계자들은 최근의 철근 호황을 말해주듯, 바쁜 와중에도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특히 이 공장이 자랑하는 120톤 에코아크(ECO Arc) 전기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2개의 전기로 설비를 갖추고 있다. 1993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100톤 규모의 국내 최초 DC전기로와 120톤 규모의 에코아크 전기로다. 동국제강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난 2010년 에코아크 전기로의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에코아크 전기로는 전 세계적으로 단 4기 뿐이다. 3기는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생산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에코아크 전기로다.

에코아크 전기로는 그 형태부터 전통적인 전기로와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전기로는 항아리 안에 고철을 넣고 전극봉을 꽂아 녹이는 방식이었다. 추가로 고철을 넣을 때마다 항아리 뚜껑을 열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에코아크 전기로는 뚜껑을 열 필요 없이 ‘샤프트’라는 측면의 별도 통로를 통해 고철을 투입한다. 특히 이 샤프트엔 전기로에서 발생한 가스를 빼내는 관이 통과하는데, 이 관의 열이 고철을 예열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기로에 들어가기도 전에 고철이 녹기 시작하는 것이다.

덕분에 전기로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감소하고, 전극봉 소모는 줄어들게 된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에코아크 전기로는 기존 전기로에 비해 75%의 전기만 사용한다.

에코아크 전기로는 대부분의 공정이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고 있었다. 모든 과정은 조작실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됐고, 바로 앞에선 전극봉이 꽂힌 에코아크 전기로에서 불길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조금이라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소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보기만 해도 그 뜨거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에코아크 전기로에서 나온 쇳물이 정련 과정을 거쳐 빌릿으로 연속주조되고 있는 모습. 뜨거운 쇳물의 열기가 상당하다. <시사위크>

조작실 밖으로 나와 실제 에코아크 전기로 설비의 각 부분도 살펴볼 수 있었다. 고철을 가득 싣고 레일을 따라 올라가 샤프트에 투입하는 ‘스킵카’와 샤프트에서 예열된 고철을 전기로로 밀어 넣는 ‘푸셔’가 바삐 움직였다. 거대한 설비가 토해내는 거친 소리는 이곳이 철을 생산하는 현장임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렇게 에코아크 전기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은 ‘래들’이라는 통에 담겨 정련을 거쳤다. 이어지는 연속주조 과정에서는 시뻘건 쇳물이 고체의 강철 덩어리인 빌릿으로 변하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화산이 내뿜은 용암이 화산석으로 굳어지는 것과 같은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압연공정에서도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빌릿을 철근으로 가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다시 가열시키는 가열로 앞엔 예열을 하는 보열로가 설치됐다. 방금 생산된 빌릿이 바로 압연공정에 투입될 때는 보열로를 이용하지 않기도 하지만, 상온에서 차갑게 식은 빌릿을 압연할 때는 보열로를 거치도록 해 가열로의 전력 소모를 줄여준다.

2012년 신규 설비로 탈바꿈한 1호 압연공장엔 얇은 철근을 더욱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는 ‘블록밀’도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1호 압연공장은 가장 작은 규격인 D10(10mm 철근)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당 42m의 생산속도를 자랑한다.

길게 늘어선 설비로 철근이 끊임없이 통과했고, 설비 끝 부분에선 일정한 길이로 절단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철근은 규격별로 묶여 적치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갓 완성된 따끈따끈한 철근은 제강소에선 그리 높지 않은 약 200도의 온도였음에도 상당한 열기가 전해졌다.

제강공정에서 생산된 빌릿이 본격적인 철근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압연공정으로 투입되고 있는 모습이다. <동국제강 제공>
압연공정에서 철근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설비 왼쪽에 붉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 시뻘건 철근으로, 설비를 통과하면서 점점 모양을 갖추게 된다. <시사위크>
방금 생산된 따끈따끈한 철근이 한쪽에 가지런히 쌓여있다. <시사위크>

제강공정과 압연공정을 모두 둘러본 뒤 공장 밖으로 나오자, 다시 푸른 하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낡은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이를 다시 철근으로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면 으레 시꺼먼 연기와 환경오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친환경 집진시설 도입을 통해 분진이나 오염물질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마주하고도 철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효율성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 효율성은 원가 절감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해줬다. 환경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시대에,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철강업계가 지향해야할 미래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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