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서 “선거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은 지난해부터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이에 시사위크도 8회에 걸쳐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문제점을 짚고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20대 총선에서 병립형 비례제와 독일식 비례제를 도입했을 경우 각 정당의 의석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에 따라 우리보다 먼저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한 유럽 선진국들의 선거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중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인 독일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영국은 비례대표 없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상이한 선거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나라의 선거제도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 영국, 거대 양당제에 유리한 '비례대표 없는 소선거구제'

영국은 총 650개의 선거구에서 각 1명씩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의 정당체제는 우리나라처럼 보수당과 노동당의 거대양당제로 이해하면 편하다.

2017년 6월 총선에서 보수당은 318석을 얻으며 집권당이 됐고 노동당은 262석을 획득하며 2당이 됐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35석, 자유민주당 12석, 민주통일당 10석, '신페인' 7석 등 거대양당을 제외한 의석을 모두 합해도 전체의 1/10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은 영국의 다수대표제 선거제도는 정국의 안정적인 운영에는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거대 정당에 유리하며 양당체제를 고착화한다는 한계도 동시에 갖고 있다. 소수정당의 득표가 사표가 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비례대표 의원이 없어 다당제 구축이 더욱 어렵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의당도, 비례대표가 13명으로 지역구는 25석에 그친다. 정의당도 6석 중 지역구는 2석으로 비례대표제가 다당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같은 영국의 단순다수제 소선거구제가 집권정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대 양당체제의 고착화로 중도 정당들과 소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들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영국에서도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러다 2010년 하원의원선거 결과 거대 양당인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내각 구성이 어려워지자 영국에서는 2011년 5월 비례성이 강화된 대안투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달리 결과는 68%가 반대하면서 선거제도개혁안은 부결됐다.

장선화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는 이에 대해 "정치엘리트라 할 수 있는 정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가 선거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데 비해, 영국 일반 유권자들은 제도 변화에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에따라 우리보다 먼저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한 유럽 선진국들의 선거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 독일,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 혼합… 복잡하다는 한계도

독일은 지역구별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2표 중 1표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자에게, 다른 한 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선거를 별개로 집계해 의석을 배분하는 것과 달리 독일은 두 선거가 연동되어 전체 의석수를 정당의 지지율에 의해 결정한다.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인물 선거와 정당명부 선거, 권역별 선거와 전국 선거가 혼합되어 있으면서, 전국 단위에서의 정당득표율이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독특한 선거 제도로 우리나라에는 연동형 혼합제, 정당명부식 비례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식 비례제는 정당득표로 개별 정당의 총의석이 정해지기 때문에 비례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가져갈 수 있어 유권자가 투표가 사표화되는 것을 막고, 거대정당의 의석 과점을 완화해 공정한 정당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전체 의석이 100석이면, 지역구 당선자가 A당 40명, B당 10명이고 정당 지지율이 A당 60%, B당 40%라면 비례대표 당선자는 A당 20명, B당 30명이 되어 전체 의원 수가 A당 60명, B당 40명이 되는 구조다.

이같은 특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중선거구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행 비례대표의 비율이 전체의석(300석)의 15.7%(47석)로 낮아 사표가 많아지고 득표율에 따른 의석률의 불비례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할 수 있어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지속되도록 만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정당체제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8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선거제도 개선방향: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를 20대 총선에 도입하면 현재 정치지형이 크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대 총선의 실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이었다. 정당 지지율은 한국당 33.5%, 국민의당 26.7%, 민주당 25.5%, 정의당 7.2% 순이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독립적으로 뽑는 현행 병립형 선거제도에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의석은 ▲한국당 117석 ▲민주당 107석 ▲국민의당 59석 ▲정의당 8석이 된다. 또한 병립형 선거제도에 모든 선거구를 중선거구제로 돌리는 전면적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한국당 103석 ▲민주당 91석 ▲국민의당 75석 ▲정의당 10석으로 조정된다.

정당 지지율로 나타난 민의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거대양당의 의석이 줄어들고 소수정당의 의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독일식 비례제에 대한 선호도와 함께 이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많은 것과 달리 독일식 비례제의 복잡성과 난해함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식 비례제는 정당득표율로 정확히 의석을 나누는 방식과 다수제로 결정된 지역구의석을 채우는 방식을 결합한 제도유형이다. 따라서 전체 의원정수의 결정은 비례적이지만, 그 의원정수를 채우는 지역구의석은 불비례적이기 때문에 초과의석의 발생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초과의석에 대해 "단 1석이 발생하더라도 비례성이 저하되고 표의 등가성 침해와 정당의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초과의석의 발생규모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선거구제, 의석배분단위, 유권자의 투표행태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독일식 비례제의 난해함을 강조했다.

영국은 650개의 선거구에서 각 1명씩을 뽑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독일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20대 총선에서 투표 종료 후 선관위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독일식 비례제 선호하는 우리나라, 보완점은?

그렇다면 독일식 비례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할까.

입법조사처는 "독일식 비례제의 도입여부는 이 제도의 강점인 '높은 비례성'이 보장될 수 있는 비례의석의 규모가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존재하는가에 달려있다"며 비례의석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의석증가를 최소화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독일식 비례제 도입시 만약 전국명부방식을 선택한다면 지역주의 완화의 명시적 효과는 떨어질 수 있지만, 중복입후보제를 통해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역주의가 견고한 지역에서도 약세정당의 후보가 정당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