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백의 달인으로 불리는 제임스 하든(왼쪽).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휴스턴 로켓츠는 삼일절 오후(한국시각)에 열린 LA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뿐 아니라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도 하나 얻어냈다. 제임스 하든(휴스턴)의 돌파를 막으려던 웨슬리 존슨은 그의 갑작스런 방향전환에 무게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으며, 하든은 존슨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유 있게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슛을 던지자마자 성공을 직감한 듯 뒷걸음질로 자신의 코트까지 돌아가는 쇼맨십도 더해졌다.

공격자의 방향전환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수비자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앵클 브레이킹’은 농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굴욕적인 장면으로 뽑힌다. 웨슬리 존슨의 발목을 앗아간 것은 바로 제임스 하든의 가장 치명적인 공격기술인 ‘스텝 백’이다. 정면으로 돌파할 것처럼 드리블하다가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슛을 던지는 이 기술은 효과적으로 수비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어 많은 NBA 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스텝 백 자체는 역사가 오래 된 기술이지만 제임스 하든, 그리고 스테판 커리처럼 3점 슛 비중이 대폭 늘어난 현대농구의 흐름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스텝 백 3점 슛’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언제 어디서든 3점 슛을 던질 수 있는 이들에겐 언제나 고강도의 수비가 붙으며, 스텝 백은 수비자들을 떨쳐내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물론 기술의 효율성과 별개로, 반대 방향으로 드리블한 후 3점 슛을 던져 적중시키는 것은 하든과 커리의 고유 능력이다.

하든의 동료 크리스 폴도 스텝 백을 애용하는 선수다. 다만 3점 라인 바깥에서 공격하길 즐기는 하든‧커리와 달리 폴의 주 무대는 미드레인지다. 스크린을 통해 발이 느린 빅맨과의 미스매치를 유도하고, 외곽으로 끌려나온 거구들을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으로 요리하는 방식이다. 자신보다 30센티미터 이상 큰 선수들을 앞에 두고 슛을 던질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텝 백만큼 효율적인 기술은 없다는 반증이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폴 피어스 등 공격기술에 통달했던 선수들이 종종 선보였던 스텝 백은 이제 선수들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 됐다. 카이리 어빙과 켐바 워커는 탁월한 드리블 능력을 바탕으로, 케빈 듀란트와 지미 버틀러는 높은 슛 성공률을 바탕으로 스텝 백을 사용하는 중이다. 르브론 제임스처럼 슛으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까지도 종종 이 기술을 써먹는 것을 보면 이제 스탭 백은 공격수들에게 선택지가 아닌 필수품이 된 듯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