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예능에서도 맹활약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올해로 72세가 된 ‘노배우’ 윤여정이 예능까지 접수하며 남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까칠하면서도 정이 넘치고 시크하다가도 위트 있는 모습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는 윤여정. 그녀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윤여정은 1966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뒤 같은 해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녀는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화녀’(1971)에서 광기 어린 하녀 명자 역을 맡아 시체스 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대종상 신인여우상 등을 수상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연예계를 떠났던 윤여정은 약 10년간의 공백기 후 돌아와 현재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중년 배우들이 흔히 연기하는 전형적인 엄마나 할머니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독보적인 ‘배우’ 윤여정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 윤여정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면서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청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닮고 싶은 어른’으로 꼽히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윤여정. 청춘들은 그녀의 ‘무엇’에 열광하는 것일까.

배우 윤여정이 후배 배우들과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윤식당’을 이끌고 있다. < tvN ‘윤식당2’ 포스터>

◇ ‘쿨한’ 어른 윤여정

윤여정은 대화가 통하는 어른이다. 케이블채널 tvN ‘윤식당’ 시리즈를 통해 후배 배우 이서진, 정유미, 그리고 박서준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여정은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수평적 위치에서 소통한다. 나이를 앞세우거나 충고를 하지 않고 후배들과 ‘진짜 대화’를 나눈다.

또 윤여정은 자신을 향한 지적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그는 최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는 나를 지적해주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배 배우 유준상에 대해 언급하며 “유준상이 편지를 줬는데 ‘선생님은 후배의 지적에 늘 반성하고 사과하는데 또 다시 그걸 반복한다’고 하더라. 내가 반성은 잘한다. 매일매일 빠른 반성을 한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한다”고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 ‘츤데레의 정석’ 윤여정

윤여정은 솔직한 입담을 자랑한다.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거나 멋있는 말을 하기 위해 꾸며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전달할 뿐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독설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의 ‘독설’에는 애정이 담겨있다.

‘집사부일체’에서 이승기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칭찬 결핍이 있었다. 칭찬받기 위해 다른 거를 주워 담았다. 그러다 주머니가 터졌고 터질 줄 몰랐으니 실과 바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다운 것까지 다 나가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에 양세형은 “좋은 표현이다”라고 감탄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참 어리고 귀엽다”라며 “승기는 무슨 명언을 얘기한 것 마냥 그러고 (양세형은) 그걸 또 감탄하냐”고 독설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이승기를 향해 “지적받을 때가 제일 행복할 때다. 나도 연기 못한다고 혼나고 화장실 가서 울 때 있었다. 나올 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냐. 오현경 선생님이 내가 화장실에서 우는 걸 보고 ‘그렇게 억울하면 출세해’라고 했다. 그다음부터 이를 악물었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배우 윤여정이 전하는 조언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 tvN ‘꽃보다 누나’ 캡처>

◇ 내뱉는 말마다 ‘깊은 울림’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윤여정이 내뱉은 말들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2014년 방송된 tvN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은 인생에 대해 “60세가 돼도 인생은 모른다”라며 “내가 처음 살아보는 것이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했을 것”이라며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다. 그냥 사는 것이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하는 것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전한 것뿐이지만 윤여정이 남긴 이 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사부일체’에서도 윤여정은 사부만의 삶의 방식을 전수받으러 왔다는 청춘들을 향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되는데 배울 것이 뭐가 있느냐”라고 무심한 듯 내뱉었다. 이어 “화이트 와인에 얼음 넣어 먹는 것 외에는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조언을 건네고 ‘운명의 책’에 질문을 던지는 청춘들에게 “그런 거 대신 시집을 한 권 사라”고 말했다. 멋진 말로 포장된 명언이 아닌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윤여정의 말 한마디는 깊은 신뢰와 공감을 주면서 물음표 가득한 청춘들에게 삶의 지혜가 되기에 충분했다.   

윤여정은 나이를 앞세워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과거의 영광을 들먹이며 잘난 척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섣불리 충고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지적은 누가 하든 ‘쿨하게’ 받아들인다.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 윤여정. 그녀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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