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손예진의 만남으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손만 잡았을 뿐인데 이렇게 설렐 줄이야. 멜로 장인들의 힘인가. ‘믿고 보는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따스한 봄날 찾아올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관객들의 마음에도 봄 같은 ‘설렘’을 선사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스토리

“세상을 떠난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 그로부터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는 어느 여름 날, 세상을 떠나기 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수아는 우진(소지섭 분)이 누구인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진이 들려주는 첫 만남, 첫사랑, 첫 데이트, 첫 행복의 순간을 함께 나누며 수아는 우진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우진도 그녀가 돌아온 후 하루하루를 깨고 싶지 않은 꿈같은 행복에 살아간다. 하지만 수아의 기억이 온전히 되돌아온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따라야만 하는데….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손예진과 소지섭 그리고 김지환 ‘UP’

눈물만 짜내는 신파 멜로는 아니다. 적절한 유머 코드가 더해졌고 설렘은 배가 됐다. 배우들의 호연도 빛났다. 손예진과 소지섭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아역배우 김지환의 열연도 돋보였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카메오도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아내가 기억을 잃고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만으로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의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을 담아내면서 풋풋한 설렘을 선사한다.

수아의 손을 잡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우진과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우진의 외투 속으로 손을 넣는 수아의 모습은 순수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진한 애정신 없이도 충분히 설레고 애틋하다.

13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적절한 코믹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루함을 해소한다. 특히 우진과 수아의 고교 동창 홍구로 분한 고창석은 특유의 유쾌한 매력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밝힐 수는 없지만 깜짝 카메오의 등장도 새로운 재미를 안긴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왼쪽부터)소지섭·손예진·김지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캐스팅도 훌륭하다. 오랜만에 감성 연기로 돌아온 소지섭은 어린 아들과 함께 서툴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과 떠난 아내를 향한 진한 그리움, 순애보를 간직한 우진으로 분해 담백하면서도 순수하고 묵직한 감성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클래식’(2003),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을 통해 ‘멜로 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매료시킬 듯하다.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의 순수한 눈빛과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매력, 다시 우진과 사랑에 빠지게 된 수아의 감정 변화를 세밀한 연기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특히 슬픔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절제하고 억누르는 모습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은 더욱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우진과 수아의 아들 지호 역을 연기한 아역 김지환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비가 오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엄마와 함께하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엄마를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은 여린 마음까지 지호의 순수하고 애틋한 마음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부자로 호흡을 맞춘 소지섭과 김지환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독창성 없는 리메이크 ‘DOWN’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소설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5년 국내에 개봉,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한국판 리메이크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과 큰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의 설정을 달리하고 유머 코드를 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진의 집과 마을, 소품, 거리 등은 한국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한국 정서에 맞는 색을 입혀내는 데 실패한 듯하다.

아무리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도 리메이크 작이라면 그 영화 자체만의 독창성과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그저 한국 배우가 연기하는 일본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 총평

일본 원작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의 느낌은 살려냈지만 그것뿐이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의 특별함은 담아내지 못했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도 한국적인 느낌보다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소지섭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예쁘고 따듯한 멜로 영화임은 분명하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풋풋한 설렘과 애절한 사랑을 균형감 있게 그려낸다. 자극적인 소재와 대작이 쏟아지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멜로물이라는 점도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할 것 같다. 또 ‘멜로 장인’ 소지섭과 손예진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흥행성은 갖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손예진은 역시 예뻤다.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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