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오는 31일 종영한다. < MBC ‘무한도전’ 공식홈페이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만 것일까. 12년간 매주 토요일 저녁, 안방을 책임졌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종영한다. 시즌 2가 논의 중이지만 수장 김태호 PD가 하차를 확정한 가운데 멤버들(유재석·박명수·정준하·하하·양세형·조세호)의 하차설도 불거지면서 사실상 현재의 ‘무한도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다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MBC 권석 예능본부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한도전’ 종영을 공식화했다. ‘무한도전’이 현재 새 판을 짜고 있고 기존 ‘무한도전’은 오는 31일 종영한다는 것. 권석 본부장은 기존 멤버들과 다 같이 시즌 2로 가길 원한다고 덧붙였지만 같은 날 한 매체에 의해 ‘무한도전’ 멤버들의 전원 하차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호 PD에 이어 멤버들까지 하차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들이 없는 ‘무한도전’은 더 이상 ‘무한도전’이 아니라는 것.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는 ‘무한도전’ 종영과 멤버들의 하차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러한 내용의 청원이 게재됐다. 일각에서는 청원 게시판까지 등장할 일이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만큼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충격적이고 믿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많은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 ‘무한도전’ < MBC ‘무한도전’ 공식홈페이지>

◇ 시청자와 함께 성장한 ‘무한도전’

2005년 프로그램 속 코너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폐지 위기에서 김태호 PD를 만나 ‘국민 예능’ 자리에 오른다. 2006년 5월부터 방송된 ‘무한도전’이 지금 ‘무한도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한도전’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무한도전’은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멤버들이 직접 시청자들에게 달력을 배달하고 거리로 나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시청자들을 위한 가요제 무대를 꾸미고 해외 교민들에게 따스한 집 밥을 선물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방송 방식에서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쌍방향 소통을 이뤄내고자 노력했다. ‘무한도전’과 시청자들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하고 특별하게 비치는 이유다.

무형식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매주 새로운 특집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멤버들이 하나씩 도전을 해나가면서 성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청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던 오랜 친구와 갑작스럽게 이별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한 시청자는 “13년간 사귄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무도는 가족이고 친구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한 애청자는 “내 청춘도 끝나는 기분”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프로그램을 넘어 그 시대를 함께 살면서 우정을 나눈 친구가 된 듯하다.

다양한 소재로 웃음과 감동, 교훈까지 전한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공식홈페이지>

◇ 예능, 그 이상…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단순히 웃음만을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회적인 환기가 필요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전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끈다. 또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사회에 환원하면서 ‘국민 예능’다운 모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무려 63억 원 이상에 이른다.

평소 관심이 없었거나 몰랐던 우리의 역사적 아픔이나 환경문제를 다룸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 봅슬레이, 조정 등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다루면서 대중의 관심을 일으켰다. 팍팍한 현실 속 지친 청춘들을 공감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선행을 이어와서, 혹은 기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보를 보임으로써 사회적 모범이 되고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민 예능’이 가진 ‘힘’을 허투루 쓰지 않고 책임감을 잊지 않는 ‘무한도전’. 이를 대신할 프로그램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무한도전’ 종영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기존 멤버들의 잔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준하·유재석·박명수·하하·조세호·양세형 < MBC ‘무한도전’ 공식홈페이지>

◇ 여전히 건재한 ‘무한도전’

기존 멤버들의 하차 등으로 수차례 위기를 겪었던 ‘무한도전’은 최근 개그맨 조세호와 양세형의 합류로 6인 체제를 완성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세대 아이돌 H.O.T. 완전체 무대를 성사시키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더욱더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화제성과 시청률에서도 매주 1위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해진 ‘무한도전’의 변화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 MBC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어떠한 이유로 갑작스럽게 종영에 이르게 됐는지 시청자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MBC 측에서는 멤버들 잔류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2년간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프로그램을 지켜온 제작진과 출연진이다.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무한도전’에서 제작진의 대대적인 변화를 출연진들이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PD가 아닌,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이 여전히 ‘국민 예능’일까. “새 판을 짜겠다”는 MBC. 시즌제는 허락할 수 없지만 ‘무한도전’은 놓치고 싶지 않은 방송사의 욕심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아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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