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8명의 모습. 사진 왼쪽에서부터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김이수·이진성·강일원·안창호·김창종·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이다. 이중 이진성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만장일치였다. 헌법재판관 8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 인용을 결정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매우 아프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자부심도 컸다. 수명재판관으로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담당했던 이진성 헌재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 이정미 이어 5명 9월 임기 만료 ‘역사 속으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임기 만료로 파면 선고 사흘 만에 헌법재판소를 떠난 그는 짧은 휴식을 가진 뒤 모교로 향했다. 지난해 4월1일자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출퇴근은 조심스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정미 전 재판관은 자신의 살해를 협박한 20대 대학생을 용서했다. 사과와 반성의 뜻이 담긴 편지를 읽고서다. 그의 처벌불원서로 ‘철없는 대학생’은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김이수 재판관은 이정미 전 재판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새 정권 출범 이후엔 헌재소장으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낙마했다. 그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 가결 정족수보다 찬성표가 2표 부족했다. 이 또한 헌정사상 처음으로 기록됐다. 이전까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일은 없었다. 당사자로선 치욕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진성 헌재소장의 취임식을 앞두고서야 권한대행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판관 임기는 9월19일까지다.

이진성 헌재소장이 청문회를 통과하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막을 내렸다. 무려 10달 만이다. 그는 바빠졌다. 지난해 11월 취임식 이후 좋아하는 등산도 횟수를 줄여야 했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 1월 출입기자단과 모처럼 등산에 나서며 전날에도 평의(재판관 전원 회의)를 진행한 사실을 밝혔다. “원래 1월에는 평의를 하진 않지만, 9월에 5명의 재판관이 나가는 만큼 시간이 있을 때 일을 해두기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은 임기는 앞으로 6개월이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헌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일원 재판관은 국제적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 집행위원으로 다시 선출됐다. 2016년 12월10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당시에도 집행위원 자격으로,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회의 참석차 출장 중이었다. 조기 귀국은 당연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그는 탄핵심판 주심을 맡았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함께 이목을 끌었다. 베니스위원회에서도 강일원 재판관의 활동과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연임으로 한국 헌법재판소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한 셈이다.

이들과 함께 안창호·김창종 재판관도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된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던 재판관 8명 중 2명만 남게 된다. 바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다. 두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직접 지명했다는 점에서 탄핵심판 당시 기각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예상을 뒤엎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4월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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