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이 올해 ‘열 일’ 행보를 이어간다. <피프티원케이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작품 활동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외모와 패션의 격차가 큰 것을 일컫는 표현인 ‘입금 전후’. 배우 소지섭은 특히 ‘입금 전후’가 다른 배우로 자주 거론된다. 올해는 ‘입금 후’ 소지섭의 모습을 더 오래 볼 수 있을 듯하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안방극장에 복귀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따스한 봄과 함께 돌아온 소지섭. 그의 ‘열 일’이 봄처럼 설렌다.

소지섭은 1995년 청바지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후 드라마 ‘남자 셋 여자 셋’(1996), ‘맛있는 청혼’(2001), ‘천년지애’(200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발리에서 생긴 일’(2004), ‘주군의 태양’(2013), ‘오 마이 비너스’(2016) 등과 영화 ‘영화는 영화다’(2008), ‘오직 그대만’(2011), ‘군함도’(2017)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소지섭을 톱스타 자리에 오르게 한 작품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다. 극중 불우한 입양아 차무혁을 연기한 그는 상처를 간직한 남자지만 사랑에서는 거친 로맨티스트로 분해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당시 소지섭은 헤어밴드 등 특이한 스타일도 그만의 매력으로 소화해내며 ‘소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라는 대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명대사로 꼽힌다.

소지섭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카인과 아벨’(2009), ‘유령’(2012), ‘군함도’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고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주군의 태양’, ‘오 마이 비너스’ 등에서는 달콤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여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소지섭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애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도, 로맨스도 다 되는 소지섭의 올해 첫 행보는 감성 멜로다. 오늘(14)일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를 통해 ‘멜로 장인’의 귀환을 알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 분)가 1년 만에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소지섭은 아내 수아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아들 지호를 키우며 살아가는 우진 역을 맡았다. 그는 어린 아들과 함께 서툴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과 떠난 아내를 향한 진한 그리움, 순애보를 간직한 우진으로 완전히 분해 담백하면서도 순수하고 묵직한 감성 연기를 펼친다.

특히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지섭은 슬픔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절제하고 억누르는 멜로 연기를 선보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내와의 이별 앞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삼키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소지섭은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배우가 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슬픔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현장에서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절제했다”고 밝혔다.

소지섭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아빠 연기를 펼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애절한 감정연기뿐만 아니라 코믹까지 해낸 소지섭이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실수를 연발하며 ‘허당기’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촌스러운 패션 스타일로 웃음을 유발하고 친구로 등장하는 고창석(홍구 역)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또 데뷔 후 처음으로 아빠 역을 맡은 소지섭은 아들 지호(김지환 분)와 귀여운 부자 ‘케미’를 발산하며 따듯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멜로퀸’ 손예진과의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반응도 좋다. 개봉과 함께 주요 예매사이트 1위 석권하고 해외 17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소지섭의 활약은 브라운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9월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출연을 확정했고 이보다 앞서 오는 4월에는 케이블채널 tvN 새 예능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에 고정 출연한다.

‘숲속의 작은 집’은 제주도 숲속의 작은 집에서 홀로 살이를 즐기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소지섭 외에도 배우 박신혜가 출연을 확정했다.

2000년 방송된 SBS ‘뷰티풀 라이프-대한해협 횡단 프로젝트’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MBC ‘무한도전’ 등에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지만 그의 모습을 예능에서 만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소지섭의 ‘무한도전’ 출연 당시 모습 <방송화면 캡처>

‘무한도전’에서 소지섭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인간 소지섭의 매력을 보여줬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을 불태웠고 벌칙도 마다하지 않았다. 망가짐도 불사했다. 작품을 통해 보여준 모습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소지섭에게 익숙했던 대중들은 그의 새로운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고 더욱 열광했다.

이에 소지섭의 예능 ‘고정’ 출연 소식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게다가 그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끈 이가 ‘믿고 보는 연출자’ 나영석 PD라는 점이 더욱 기대를 쏠리게 하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예능으로 대중과 만나는 소지섭. <뉴시스>

그동안 나 PD는 예능에서 만나기 힘든 톱배우들을 캐스팅해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숨겨진 매력을 기막히게 찾아내는 능력을 발휘해왔다. 예능인이든 비예능인이든 그의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면 예능감과 장점이 터져 나온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소지섭이 나영석 PD를 만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반기에는 ‘내 뒤에 테리우스’로 시청자와 만난다. ‘오 마이 비너스’(2016)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다. 못 말리는 아줌마 고애린과 미스터리한 이웃남 김본의 첩보 로맨틱 코미디. 극중 소지섭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을 잃은 고애린을 도와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전설의 국정원 블랙요원 김본으로 분한다.

참 한결같다. 2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연기력으로 질타를 받은 적도, 특별한 구설수도 없었다. 긴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도 이어왔다. 입금 전이면 어떻고 입금 후면 어떠랴. 한결같이 멋있는 ‘소간지’ 소지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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