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경기도의 정체성과 도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공교로웠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터뷰가 약속된 13일 같은 당 경기도의원 53명이 지지선언을 했다. 당 전체 도의원 66명 가운데 80%가 경기도지사 출마 예정자 중 전해철 의원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당·정·청 간 원활한 소통창구로서 전해철 의원의 활약을 기대했다. 정작 당사자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정말 많이 뛰어다녔다”면서.

실제 전해철 의원은 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내면서 도내 60개 지역을 꼼꼼히 챙겼다. ‘소통’은 그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함께 머리를 맞댔고, 함께 대선을 준비했다.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150만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전해철 의원은 “함께 일했다는 소중한 경험이 저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도당위원장직을 조기 사퇴했다.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전해철 의원은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국정경험과 의정활동이 탄탄한 만큼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약점으로 꼽히는 인지도가 오를 것이라 판단했다. 관건은 시기였다. 인터뷰는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의 정권교체를 기대했다. 지난 16년간 민주당에서 패배했지만 대선 승리에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도민을 만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 경기지사 출마 공식 선언을 하루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터졌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당은 물론 저 역시도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충격을 받았다. 힘들 때인 만큼 개인의 거취를 얘기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과 언론에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말씀드린 상황에서 일정을 미루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결국 조용히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 계획했던 국회 일정은 취소하고, 경기도청 북부청사 일정은 그대로 진행했다. 경기북부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평화통일 특별도’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 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만난 게 아닌가. 
“실제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지고,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 하지 못하는 구조적 변화를 위해 제도적 대안과 시스템을 후속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저도 한 달여 전에 당에서 진행한 미투 운동 동참 캠페인에 참여했다. 당시 페이스북에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주저함이 없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선거에 미칠 파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국민들께서 많은 기대를 해주신 결과 아닌가.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힌 뒤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면 국민들께서 보여주셨던 높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경기도는 민주당의 약세 지역이다.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
“사실 경기지사 선거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에서 한 번 이겼다. 16년 동안 계속 패배한 곳이다. 유리한 지형이 아닌 것은 맞다. 다만 기대를 해볼 만한 것은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경기도에서 150만표 이상 압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저희들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준비하면 이번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의 교통 문제 해법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로 수도권광역교통청, 링철도, 버스준공영제다.

- 공약이 중요한 것 같다. 대표할 수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민주당이 정부여당 입장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발표한 경기도 8대 공약을 잘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그 8대 공약을 입안하고 추진한 사람이 바로 저다. 따라서 정책 실현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경기도만을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핵심 공약으로 교통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을 내세웠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이 200만명이다. 하지만 경기도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 인천과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강한 집행력을 가진 ‘수도권광역교통청’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광역버스 노선과 환승센터를 조정할 수 있다. 교통비 30%를 절감할 수 있는 알뜰교통카드 도입 방안도 함께 다룰 수 있다.
나아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남북 철도망을 동서로 확대하는 이른바 ‘링(Ring)철도’를 구상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하남, 용인, 남양주까지 이을 수 있다. 서쪽으로는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면 경기도 내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교통 문제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만큼 소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남경필 경기지사는 소통이 부족했던 것인가.
“다른 자치단체와의 소통도 필요하고, 때론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수도권광역교통청을 만들려면 국회 입법, 정부부처 협의, 다른 자치단체와 협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남경필 경기지사는 소통이 부족했다. 준공영제가 일례다. 연정 합의문에 포함돼 있었지만, 준비 없이 있다가 지난해 8월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준공영제 실시 계획을 밝혔다. 당시 도의회 민주당 측은 조건부 찬성을 했다. 버스 운송비 전산시스템과 운행 관리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결국 졸속으로 진행됐다. 논의와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

- 그래서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소통도시락(tvN ‘우리가 남이가’ 방송)을 전했던 것인가.
“(웃음) 그렇다. 곧 임기를 마무리하지만 좀 더 많은 소통을 하시라는 의미로 정성껏 도시락을 만들어서 드렸다.”

전해철 의원은 현 남경필 경기지사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연정 취지에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실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시락을 받고 놀란 모습이었다. 이후 연락은 없었는가.
“도시락을 건넨 다음날 행사장에서 만났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정말 맛있었다고 말하더라.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낙지호롱구이는 제 고향인 목포에서 공수해왔다. 쌀과 죽순은 각각 경기 이천과 거제도에서 가져왔다.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음식이다. 그래서 그 지역의 명물이 되지 않았는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오랜 시간 남을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은 성과 여부를 떠나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제도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연정이다. 때문에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 취지에 동의한다. 하지만 연정을 하는 이유가 조직·예산을 나누는 것을 넘어 어려운 정책을 해결하는 게 주된 목적 아니겠는가. 준공영제 경우만 해도 합의문에 있음에도 충분하게 논의하지 않고 갑자기 실시하겠다고 한 게 아닌가. 연정의 취지는 좋았지만 구체적인 실적은 없다. 청년연금도 형평성·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비판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무르익은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의문에 있는 청년정책(청년통장·구직지원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협의했으면 어땠을까.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 그래도 연정은 계속돼야 하지 않겠는가.
“연정을 하냐 안하냐는 지방선거 결과를 봐야하지 않겠는가. 다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 대안으로 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당내 경쟁자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직 시간이 많다. 경기도민 또한 선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가 생길 것이다. 후보별로 평가할 때가 되면, 제가 가진 경쟁력을 다시 봐주실 것으로 믿는다. 저는 청와대에서 3년8개월 동안 민정수석을 지내며 국정경험을 쌓았고, 당에서 짧지 않은 의정생활을 해왔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각종 특위에 참여하며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제가 걸어온 정치역정과 경기도민에게 보여줄 비전을 알게 된다면 좋은 평가를 해주지 않으실까. 그래서 지금의 지지율과 인지도에 너무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해철 의원은 국정경험과 의정활동에서 쌓은 내공으로 소통과 협의, 설득과 조정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그는 당 경기도의원의 80%에 달하는 지지를 이끌어냈다.

-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과 수습 과정에서 보여줬던 전해철 의원의 노력이 경쟁력으로 소개될 만하다. 
“세월호 문제는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상태다. 아픔이 여전하고,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많다.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참사 초기부터 적극 나서고자 했다. 당에 있는 세월호대책위원회 간사, 대책위원장을 맡아 진상규명과 지원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실제 수 십 차례 협상을 거쳤다. 그래서 1기 특조위가 출범했다. 이후에도 특조위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았다.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었지만 소통과 협의, 설득하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세월호 가족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 ‘3철’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북콘서트에 세 사람(이호철·전해철·양정철)이 나란히 앉았다.
“세 사람이 이름 ‘철’자만 같은 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적인 일을 했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곁에서 보좌하며 많은 일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3철은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긍지를 느낀다. 문제는 일적으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배제해야 할 측근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대상으로 3철이라는 프레임이 쓰였다는 것이다. 나쁜 프레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제 3철을 묶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지 않는가. 그래서 양정철 전 비서관도 북콘서트에서 3철의 해단식이라고 말한 게 아닌가.”

전해철 의원은 3철 프레임으로 과소평가 받아왔다. 그는 당에서 특위를 가장 많이 한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

- 그간 3철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정치인 전해철’이 주목받지 못했다. 억울한 면이 많았겠다.
“제가 당에서 특위를 가장 많이 하는 의원 중에 한 명으로 꼽힌다. 일을 많이 했지만 정작 당직을 맡지 못했다. 최고위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다보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다. 그런 부분들을 말할 기회마저 없었다. 최근에 와서야 선배나 동료들이 적극 설명해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췄던 우상호 의원이 저를 일등공신으로 높게 평가해 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제 스스로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했는데, 업무 특성상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친노-친문 핵심으로 불리고, 3철 프레임까지 덧씌워지다보니 비난·비판이 있으면 지레 피했다. 그런 과정들이 어느 정도 저를 위축하게 했다. 요즘에야 예능에 나가서 노래도 하고 음식도 만들지만. (웃음)”

- 그런 점에서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 책 출간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정치인들이 책을 많이 쓴다. 그런데 저는 처음으로 냈다. 그간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며 경험한 얘기들을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에도 실제 내용의 3분의 1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직은 관계되는 분들이 많고, 시기가 빠르다고 판단했다. 대신 책 뒷부분에 있는 경기도의 정책은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치를 정치 지향점으로 삼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면, 정권교체를 이룬 뒤에는 정말 대한민국의 앞날을 보고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경기지사 출마가 그 일환인가.
“(웃음) 처음부터 경기지사 출마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내면서 경기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사실에 제 역할을 찾았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정책정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도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기구나 수단은 전혀 없더라.

전해철 의원은 경기지사 선거 승리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경기도 8대 공약 실현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경기민주연구소다. 경기도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경기도민의 행복을 추구하되 그 과정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도 8대 공약을 만든 사람이 저다. 그만큼 정책 실현에 적임자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마지막으로 각오 한말씀 부탁한다.
“결국은 경기도민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후보가 되고, 도지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여당의 자치단체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 성원해주신만큼 반드시 실천하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