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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을 가다
[산업, 현장을 가다③] 노틸러스효성 구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생산공장
2시간 찜질방에 1시간 폭우혈투… ATM기의 이유있는 자신감
2018. 03. 16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국내 ATM 점유율 1위 업체인 노틸러스효성 구미 생산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부품 조립에 집중하고 있다. <노틸러스효성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금융 거래에 필수적 존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은행 지점에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겪지 않고도 몇 번의 손가락 터치만 거치면 돈을 출금하는 것은 물론, 입금, 송금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ATM 시장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모바일기술과 전자결제시스템 발전으로 실물지폐 거래가 감소하고 시중은행이 ATM기 줄이기에 나서면서 시장 위기론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무색하게 국내 ATM 업계 1위이자 세계점유율 3위 업체인 노틸러스효성은 성장을 자신한다. 깐깐한 품질 관리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춘 기술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포부다. 실제로 이에 대한 의지는 생산공장의 공정 곳곳에서 확인됐다.

◇ “작은 정전기도 용납 못해”… 깐깐한 품질관리시스템 

“품질 없이 생존 없고 실천 없이 변화 없다.”

경북 구미시 산업단지에 위치한 노틸러스효성 구미공장을 찾은 지난 13일.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정문 앞에 걸려있던 이 플래카드의 문구였다. ‘품질우선주의’는 공정을 돌아보기 전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노틸러스효성 구미 생산공장. 공장 뒤편으로 '품질이 생존이 없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시사위크>

노틸러스효성의 구미 공장은 각종 금융자동화기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우리가 은행 지점 등에서 볼 수 있는 ATM기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하이브리드 ATM과 비디오뱅킹 키오스크 등 고사양 ATM기도 이곳에서 주력 생산된다. 대량 생산에 집중하는 중국공장과 달리, 구미공장은 고부가가치 금융자동화기기 ‘생산 기지’ 역할을 한다. 공장의 총 인원은 210명에 가량. 인원은 많지 않지만 한해 3만7,000여대의 ATM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장 관계자는 안내에 앞서 자체 기술과 깐깐한 품질인증 테스트로 탄생되는 제품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품질 관리를 위한 세심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2층 작업장에 들어서려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 있었다. 작업장 문에 여러 가락의 긴 줄이 달려있었는데, 문을 통과하니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용도가 궁금해 물어보니 ‘정전기 방지용’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노틸러스효성 관계자는 “정전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작업 공정에서라도 이를 최소화하자는 생각이다. 같은 이유로 근로자들은 정전지 방지 팔찌를 차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 부품을 다루는 만큼 작은 정전기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공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공장을 둘러보니 생산공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전자회로 설계가 들어가는 보드 공정이 진행된다. 전자기계 속에 들어있는 초록색 보드판을 떠올리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이같은 공정을 위한 자동화기계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인쇄회로기판(PCB) 기판을 해당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납땜 공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왼쪽부터 전정기 방지용발이 달려 있는 작업장(인증검사실). 근로자 생산 공정 모습. <시사위크>

회사 관계자는 “기판이 기계 벨트를 타고 이동하면 뜨거운 열로 녹은 납이 설계대로 흘러들어가 냉각 과정을 거쳐 고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동검사기를 통해 오류 확인 절차가 이뤄진다. 마침, 작업장에서는 한 여성 근로자가 컴퓨터로 이를 확인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확인 절차를 거친 PCB기판은 협력업체로 보내져 수삽 공정(손으로 부품을 삽입하는 공정)이 더해진 후 구미공장으로 돌아온다.

◇ 근로자 1인당 부품 분배판 제공… 업무 효율화 '눈길' 

핵심 부품 장치 조립 공정은 두 번째 메인 공정이다. ATM 등 금융자동화 기기는 지폐의 제어·감별·분리·수납 장치에 다양한 IT·보안 기술과 접목돼 완성된다. 노틸러스효성은 ATM기의 핵심 부품 장치인 BRM(Bill Recycling Module, 환류식 지폐입출금장치)를 자체 개발한 몇 안되는 회사다. 이는 입금된 지폐를 출금용으로 전환하고 위폐 등 감별하는 기능을 갖춘 ATM기의 핵심 모듈이다. 노틸러스효성이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일부 사진취재 제한에 양해를 구할 정도로 보안에도 만전을 기했다.

BRM 부품 조립 공정에선 업무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작업자들에게는 CELL(셀)로 불리는 작은 공간이 주어진다. 이들에게 작업지도서와 함께 부품 자재들이 순서에 맞춰 담긴 분배판이 1인당 하나씩 제공됐다. 이는 업무 유연성을 높이고 공정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만약 순서대로 배분된 부품을 모두 조립했는데 하나의 자재가 남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불량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품 장치(서브 유닛)는 합쳐져 각종 자동금융화기기를 움직이는 핵심 내부 장치(유닛)가 완성되는 것이다.

공장 1층에서 ATM 기기의 실거래 테스트를 해보는 직원들의 모습 <노틸러스효성 제공>

이날 서브 유닛의 조립을 책임지는 작업자들의 눈과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 설비 구동으로 이따금씩 시끄러운 소음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끼어넣는 부품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조립 공정에 집중하고 모습이었다. 돈을 다루는 장치인 만큼 작업자도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작업자의 수백번의 손끝을 거쳐 만들어진 유닛은 1차적인 테스트를 거친다. 상온 상태에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 뒤, 고온 에이징(Aging)실로 이동한다. 에이징실에 들어가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 방은 50도의 높은 고온이 유지되는 공간이다. 기계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테스트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에이징실에선 마침 기계 장치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작동되고 있었다. 고온 환경에서도 원활히 구동이 되는지를 체크해보는 과정이 2시간 가량 이어진다.

시스템 검사를 통과한 것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내려와 겉옷을 입는다. 저마다 제품에 맞는 외관이 씌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출하 전, 또 한 번의 깐깐한 검사가 진행된다.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실제 돈을 넣고 거래 테스트를 해보거나 외관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이뤄진다.

기자도 이날 바이오인증이 가능한 ATM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손바닥(정맥)을 이용해 순식간에 인증이 완료되는 최첨단 기술은 탄성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수출용 ATM기는 물론, 창구 계원용 ATM 등이 줄줄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 물줄기 맞고 떨어지고… 고강도 품질인증검사로 탄생하는 ATM

하나의 금융자동화기기가 개발되고 생산되기까지, 철저한 품질검사 절차도 눈으로 확인됐다. 1층에는 인증검사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제품이 양산되기 전, 내구성을 실험해볼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별도의 룸 안에서 세찬 물줄기를 맞고 있는 ATM기가 눈에 들어왔다. ATM는 전원이 들어온 채였다. 이는 방수 품질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다. 외부에 설치되는 기계들이 집중적으로 이같은 인증 절차를 거치는데, 약 1시간 동안 물줄기를 맞는다.

이어 습도·온도·열충격·낙하·진동·소음·염수·수명·엑스레이 등 10가지 이상의 검사 테스트 기계들이 인증검사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계 문을 여닫는 검사도 흥미를 자아냈다. 공장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테스트는 무려 만번이나 이뤄진다. ATM기를 10년을 쓴다는 가정 하에 문 개폐의 내구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품질인증실 방수 테스트와 내구성 실험. <시사위크>

공정 전반에는 품질관리시스템이 철저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시스템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오랫동안 쌓인 작업 노하우와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고민, 기술 개발에 대한 혁신 의지 등이 뭉쳐 지금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ATM 시장 침체 전망에도 노틸러스효성의 표정은 밝았다. 품질 관리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틸러스효성 관계자는 “ATM기는 이제 단순 입출금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신규 계좌개설, 상담, 카드발급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틸러스효성은 내년 경영 비전을 ‘손 끝에서 시작되는 혁신’으로 삼았다. 구미 공장 작업자들의 야무진 손끝에서 어떤 혁신 제품이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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