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생 동갑내기 좌완에이스인 김광현(왼쪽)과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모습조차 닮아있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988년생 동갑내기 양현종(기아 타이거즈)과 김광현(SK 와이번스)는 올해 나란히 만 서른살이 된다. 3월 1일생인 양현종이 먼저 만 30세에 도달했고, 김광현은 오는 7월 22일 태어난 지 꼭 삼십년이 된다. 프로야구선수로서는 최고의 전성기이자 베테랑으로 접어드는 나이다.

동갑내기라는 점 외에도 양현종과 김광현은 닮은 구석이 많다. 좌완 선발투수로 활약해왔고, 학창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사실상 가장 먼저 선택을 받아 프로무대를 밟은 바 있다. 입단 첫해부터 기회를 부여받았고, 점차 에이스로 성장했으며, 팀을 우승시킨 경험이 있는 것도 같다. 심지어 두 선수 모두 준수한 외모를 자랑하고, 미모의 아내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들은 양현종과 김광현을 운명의 라이벌로 만들었다. 나이 차이 등 배경은 조금 다르지만, 고(故) 최동원과 선동렬에 버금가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의 ‘황금기’는 조금 엇갈렸다.

먼저 꽃길을 걸은 것은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팀의 황금기와 함께 데뷔했다. SK 와이번스는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우승은 창단 후 첫 우승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특히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신인임에도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상대 에이스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변칙작전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리오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 경기에서 김광현은 무려 8.1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1개만 내줬고, 삼진은 9개나 잡았다.

2008년에도 김광현은 빛났다. 16승과 2.39의 평균자책점으로 다승왕 및 승률왕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쾌투를 펼치고도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5차전 6.1이닝 무실점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김광현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양현종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기아 타이거즈는 2007년 리그 꼴찌로 추락했고, 2008년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양현종은 불펜 등에서 기회를 부여받으며 경험을 쌓았으나, 4~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다.

두 선수의 운명은 2009년에도 엇갈렸다. 2009년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은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부상으로 나설 수 없었고, 양현종은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섰으나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다만, 양현종은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10년은 다시 김광현 쪽으로 기울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17승을 거두며 다승왕 타이틀을 다시 차지했고, SK 와이번스는 다시금 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타자 연속 탈삼진이란 대기록을 세우고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4차전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다. SK 와이번스는 당시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는데, 김광현이 그 시작과 끝을 책임진 것이다.

반면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1승 모자란 16승으로 다승왕 등극에 실패했고, 팀은 5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엇갈리던 두 선수의 행보는 2011년부터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좋지 않은 쪽이었다는 것이다. 2011년과 2012년은 두 선수 모두 가장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김광현은 고질적인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양현종은 부진에 빠졌다. 2년의 암흑기를 거친 두 선수는 2013년부터 나란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광현은 10승, 양현종은 9승을 챙겼다.

이후부터는 양현종이 조금씩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2014년 16승으로 다승 2위, 국내투수 다승 1위를 차지했다. 김광현은 13승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평균자책점에선 김광현이 앞섰다. 2015년에도 양현종은 15승과 2.44의 평균자책점(리그 1위)를 기록했고, 김광현은 14승 평균자책점 3.72로 조금 뒤쳐졌다. 2016년은 양현종이 10승, 김광현이 11승을 기록했으나 대체로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두 선수의 운명이 완전히 반전을 맞은 것은 지난해다. 김광현은 수술대에 올라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그 사이 양현종은 20승 고지를 밟고 다승왕을 차지했으며, 기아 타이거즈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완봉승으로 팀에 첫 승리를 안겼고, 마지막 5차전은 구원투수로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2010년 김광현을 떠올리게 하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1988년생 동갑내기 좌완에이스의 행보는 이렇게 줄곧 엇갈려왔다. 프로데뷔 이후 초기엔 김광현이 꽃길을 걸었고, 최근엔 양현종이 더 돋보였다.

두 선수가 나란히 만 서른 살이 되는 올해는 다시 한 번 진검승부를 기대하게 한다. 지난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 양현종은 실력과 경험 모두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부상에서 회복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돌아온 김광현은 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공을 뿌리고 있다. 양현종과 김광현의 운명적인 ‘빅뱅’이 마침내 올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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