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KT 새노조측의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사위크|서초=최수진 기자] KT의 주주총회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KT 새노조 측의 지속된 고성과 야유로 인해 제대로 주주총회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와 다르게 상정된 안건들은 무난하게 의결됐다.

KT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한 공간에 섞였다. 지난해 경영 성과와 5G 행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질 때도 주총장 일각에서는 소란 행위가 계속됐다. 이로 인해 일부 주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 KT 주주총회, 시작 전부터 새노조 고성… 위협적 분위기 조성

사측과 KT새노조의 마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주주총회장으로 입장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노조의 피켓 시위였기 때문이다.

사측과 KT새노조 및 KT전국민주동지회의 마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주주총회장으로 입장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KT전국민주동지회의 피켓 시위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위 피켓과 농성 텐트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KT연구개발센터 앞을 지켰다. 이들은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이날 주주총회장을 찾은 것이다. 

사측과 노조의 충돌은 센터 1층에 마련된 우리사주 확인석에서부터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주주 입장이 시작됐고, 8시 20분쯤 되자 대부분의 주주들은 입장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일부는 입장이 막혔다.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자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고성으로 인해 주총장은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과한 언행도 이어졌다.

한 노조원은 신원을 확인하는 KT 직원에게 “지금 나를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냐”며 “위임장을 보여주지 않았느냐. 누가 지시한 것인지 말해라. 너는 KT 직원 맞냐. 너도 나한테 증명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노조원까지 해당 직원을 향해 “지금 여기서 큰소리 나서 이 사람 잘리면 책임질 것이냐”며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 KT 주주총회, 과유불급 새노조… 주주들, 서로 질타까지

이들의 고성은 주주총회가 시작된 오전 9시 이후에도 계속됐다. KT연구개발센터 2층 주총장 뒤편에서 약 20여명의 시위자들은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황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의 고성은 주주총회가 시작된 오전 9시 이후에도 계속됐다. KT연구개발센터 2층 주총장 뒤편에서 약 20여명의 시위자들이 황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황창규 회장의 발언은 이들의 고성에 묻히기도 했다. 뒤편에 착석한 주주들은 황 회장의 발언이 들리지 않자 일순간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결국 황 회장은 발언 도중 “조용히 해달라”며 “계속 방해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 의결 과정에서는 새노조 주주와 일반 주주간의 언쟁도 발생했다. 새노조는 안건에 찬성하는 주주들을 향해 “찬성하지 말라”, “박수치지 말라”, “부끄럽게 생각하라” 등의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가며 주주간의 대립을 심화시켰다.

황창규 회장이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의결 과정에서 새노조 측 주주에 발언권을 주자 또 다시 대립이 촉발되기도 했다. 당시 황 회장은 주주들에게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새노조 측 주주가 발언하기 위해 손을 들었고, 황 회장이 해당 주주를 지목한 뒤 사측 관계자가 마이크를 전달했다.

그러나 새노조 측 주주는 “황창규 회장이 불법 경영을 했다”며 “회장으로서 기업을 정말 사랑한다면 용퇴하라. 황 회장은 카드깡까지 했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발언했다. 안건에 대한 의견이 아니었다.

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일반 주주는 “안건과 상관없는 발언은 생략해달라”며 “우리도 바쁜 시간을 내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의장(황창규 회장) 역시 안건과 관계없는 발언이 나오면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발언을 잘라라”고 요구했다.

황창규 회장은 “처음부터 발언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발언권을 드린 것”이라며 “안건과는 상관없는 발언이지만 주주의 말이기 때문에 끝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KT 새노조의 계속된 고성에 황창규 KT 회장은 발언 도중 “조용히 해달라”며 “계속 방해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은 황창규 KT 회장.

◇ 시위에도 ‘무난한 의결’… 5G 앞세운 KT 행보 귀추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제36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됐다.

주총장으로 들어온 새노조 측의 반발에도 이날 상정된 안건들은 무난하게 의결된 것이다. 주주총회는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노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견 없이 마무리 됐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KT 주주들은 박수로 상정된 안건을 찬성했다. 이날 박수가 나오던 순간은 유일하게 새노조의 시위 소리가 묻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3개 목적사업이 추가됐으며, 기업 지배구조가 개편됐다. KT가 집중 육성하는 5대 플랫폼 중 하나인 스마트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안전관리 대행업과 종합건설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했으며,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디자인업을 목적사업에 포함시켰다. 또한,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회장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보다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규 회장은 “KT는 평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내년 3월 5G 서비스 상용화를 완벽하게 이뤄내겠다”며 “5G뿐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플랫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KT새노조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에도 KT연구센터 정문 앞으로 모여 황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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