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대통령 개헌안 가운데 지방분권, 경제에 관한 부분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전문이 공개됐다. 청와대는 국가의 ‘모성보호’ 조항(제36조2항)과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제32조4항)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의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여성단체들은 개헌안이 여성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개된 개헌안에는 여성과 관련된 조항이 산재돼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여성 관련 조항을 하나로 모아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계층에 비해 과도하게 여성을 우대하거나 보호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현행대로) 분산해 존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개헌안이 여성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안 제11조2항에는 ‘국가는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김 비서관은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여성우대정책과 같은 역차별을 여성차별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합헌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2조4항의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내용은 삭제됐다. 대신 제33조5항에 ‘모든 국민은 고용·임금 및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로 개정됐다. 김 비서관은 “임신·출산·양육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아울러서 규정했다”고 했다.

또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제34조3항은 ‘모든 국민은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5조3항)로 강화됐다. 김 비서관은 “저출산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 임신·육아 자체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현행 제36조2항은 “범위가 애매하고 용어 자체가 남녀차별적인 표현이어서 삭제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들은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서 부끄러운 개헌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특히 (여성계는) 세계적으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선출직과 임명직 등의 공직진출 및 직업적·사회적 모든 영역에서의 남녀의 동등한 참여 보장에 대해 거듭 강조해 왔다”며 “(개헌안에는) 여성 대표성 확대 조항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남녀의 동등한 공직 참여’ 요구 외에는 여성계의 모든 요구를 개헌안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공직 임명에서의 남녀 동등 참여 외에는 여성계의 요구를 받아서 자문특위(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성안한 자문안의 요구를 모두 다 수용했다”며 “가령 모성 보호 조항 폐지 수용했고, 여자 근로 특별 보호도 역시 폐지했다”고 말했다.

진 비서관은 “결국 공직 진출에 있어서 남녀의 동등한 참여 보장 문제는 차별상태를 어떻게 시정할 것이냐, 실질적으로 평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차별 사유를) 일일이 열거할 게 아니라 성별·장애 등으로 차별상태를 해소하고 실질적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포괄적 조항으로 이런 (여성계의) 요구를 포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성계가 꼭 좀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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