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대기업에 대한 인식 바꿀 것”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날 서 회장은 해외 순방 일정 때문에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만 전화통화로 주주들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인천 송도=조나리 기자] “우리 그룹 계열사 중 제 아내나 아이들 이름이 올라가 있는 곳은 없다. 순환출자도 없다.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국민들이 (대기업에)가지고 있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기업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Q&A 세션’에서 전화통화로 이 같이 말했다. 일사천리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던 주주들은 서 회장의 ‘깜짝’ 전화 통화에 박수로 화답했다.

서 회장은 이날 해외 일정 때문에 주총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만 주총이 끝난 후 진행되는 ‘Q&A 세션’에서 전화통화로 주주들의 질문을 받았다. 서 회장은 총 40여분간의 통화에서 아시아 원료의약품(API) 공장 설립 계획,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직판 계획, 중국 합작법인 연내 마무리 계획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향후 2030년까지의 제품 개발 계획도 밝혔다. 서 회장은 “2018년 바이오시밀러 3종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시장 판매, 2019년 램시마 SC제형 출시, 2020년 아바스틴 출시에 이어 2025년까지 8개 품목을 추가로 개발하겠다”면서 “사업의 지속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신약과 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장 증설에 대한 계획도 직접 설명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제3공장을 해외에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보지는 상반기 내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권에 원료공장을 만드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기술 노출을 막기 위해 셀트리온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 시작 전 주주들이 자리에 앉아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서 회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을 내놨다. “2020년에는 제넨테크, 암젠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도 아시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서 셀트리온이 영향력이 있지만 앞으로 전 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하면 ‘셀트리온’이라고 말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어린이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나눔주주연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해 “셀트리온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을 주주들이 함께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환자들에게 매출을 얻고 있는 기업인만큼 환자와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2,700여명 몰린 주총... 주주들 “공매도 논란 해결되길”

이날 주총 참석 총 의결 주식수는 전체 51.33%에 달했다. 참석자 2,700여명. 이에 주총장 자리가 다 차 들어가지 못하는 주주들도 상당했다. 이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은 실시간 중계 영상으로 주총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주총은 특별히 반대하는 주주 없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가 됐다. 이에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기우성 부회장이 “반대 없이 모두 찬성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공매도(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싼값에 다시 매수해 차익을 챙기는 행위)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셀트리온 소액 주주들은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로 몸살을 앓자 지난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이전을 하고도 여전히 공매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왼쪽)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어린이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나눔주주연대’가 출범했했다. (오른쪽)주총이 시작되기 30분 전 엄청난 인파의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조나리 기자>

이에 최근 한 주주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셀트리온 공매도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도 청와대에 셀트리온 공매도 과정이 적합한지 살펴봐달라는 청원을 냈고 여기에 1만6,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주총 시작 전 진행된 주주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모(41) 씨는 “주주들과 회사가 함께 힘을 모아서 코스피 이전도 하고 계속 발전하고 있는 건 자랑스럽다”면서도 “여전히 공매도 논란 때문에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금융 당국이 미흡한 관리도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주연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주주연대 활동이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주 이모(49) 씨도 “공매도와 관련해서 깨끗하게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언론에서 계속 오르내리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우리나라에서 바이오는 아직 초창기 사업이기 때문에 공매도는 물론 불안감을 자극하는 찌라시 등도 많다”면서 “감독기관들이 철저하게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주총장에 자리가 없어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이 복도에 있는 실시간 중계를 통해 주총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조나리 기자>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27기 재무제표 승인 ▲서정진 사내이사 선임 ▲김동일·이요셉·이종석·전병훈·조균석·조홍희 사외이사 선임 ▲김동일·이요셉·이종석·조균석·조홍희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특별결의) 등에 대한 의결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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