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이 신작 ‘바람 바람 바람’으로 돌아왔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센스 있는 연출과 차진 대사로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스물’ 이병헌 감독이 이번에는 철없는 어른들과 함께 돌아왔다. 다시 한 번 극장가에 신선한 코미디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왜 사랑을 해도, 결혼을 해도 외로운 거죠?”

끝도 없이 사랑받고 싶은 철부지 어른들이 온다!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은 SNS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 미영(송지효 분)의 남편 봉수(신하균 분)를 ‘바람’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세 사람 앞에 나타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제니(이엘 분)의 등장으로 네 사람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가는데….

생각하게 만드는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 < NEW 제공>

▲ 생각하게 만드는 코미디 ‘UP’

“이 영화는 치명적인 코미디다. 재미있는 대사와 상황들이 이어져서 분명 웃기겠지만, 다 웃고 나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와 가족의 소중함, 책임감, 외로움 등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병헌 감독)

이병헌 감독의 말처럼 ‘바람 바람 바람’은 단순히 웃음만 주지 않는다. 생각 없이 웃다가도 대사 한 마디가 마음에 새겨지고 얄밉기만 하던 누군가의 눈물에 덩달아 울컥한다. 또 불륜이라는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냈지만 그것을 미화한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오히려 하찮은 쾌감에 대한 허무함을 전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석근과 봉수의 표정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그렇다고 코믹 요소가 반감된 것은 아니다. 통통 튀는 대사와 개성만점 캐릭터, 탁월한 상황 개그 등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성민과 신하균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코미디 영화의 ‘맛’을 살린다.

‘바람 바람 바람’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배우 신하균(왼쪽)과 이성민. < NEW 제공>

이성민은 20년 경력의 ‘바람의 전설’ 석근 역을 맡아 능글맞으면서도 매력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집에서 맨발로 쫓겨난 처량한 모습으로 폭소를 유발하더니 제니를 위로할 때는 ‘훈남’ 매력을 마구 발산한다. 찌질하고 소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봉수로 분한 신하균은 몸 개그를 서슴지 않으며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배우들의 ‘케미’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신하균과 송지효는 서로에게 한없이 무관심한 모습부터 예기치 못한 바람이 불면서 반전을 맞이하는 모습까지 결혼 8년 차 부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하며 공감대를 자극한다. 또 이성민과 송지효의 코믹 남매 ‘케미’는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서로에게 구박과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빅 재미’를 선사한다.

‘바람 바람 바람’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NEW 제공>

▼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얽히고설킨 관계 ‘DOWN’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했다. 이병헌 감독은 “원작을 보면서 느꼈던 이야기가 우리나라 정서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며 각색하는데 어려웠던 점을 밝혔다.

이병헌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캐릭터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인물 각자에게 사연을 부여했다. 감독의 연출력으로 이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 결말은 조금은 황당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불륜’이라는 소재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 총평

다소 황당하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는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불륜이라는 소재도 달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후 ‘불편함’이 아닌 ‘유쾌함’이 남는 이유는 이병헌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덕이 아닐까. 코미디로 풀어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고 실컷 웃다가도 생각하게 만드는 ‘바람 바람 바람’. 봄날 불어온 상쾌한 바람 같다. 오는 4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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