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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을 가다
[산업, 현장을 가다④] ‘부동의 1위’ 참이슬 생산기지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녹색병에 담긴 마성의 액체… ‘장인정신’에 취하다
2018. 03. 28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본관동 전경. <시사위크>

[시사위크|이천=범찬희 기자] 어느새부턴가 국내 방송계에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 관찰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안뇽하쎄요”, “깜사함미다” 등 다섯글자 인사말도 겨우 내뱉는 순도 100% 이방인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런 모습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관심과 애정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파란 눈의 외국인을 보고 있노라면, 사대주의란 오늘날에는 어울리지 않는 옛말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이들 이방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한국의 고유 유산이 있으니 바로 ‘소주’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녹색병 속 액체를 직접 혀로 맛본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십중팔구는 “기브 미 소주”를 외친다.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인도인 샤샨크는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다짜고짜 “소주 마시고 싶어요. 소주는 인생의 일부야”라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주의 무엇이 이억만리 떨어진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소주 시장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참이슬의 생산기지인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에서 그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공병 분리와 왕관 제거 작업을 마친 공병들이 세병기로 진입하고 있다. <시사위크>

◇ 월평균 최대 1억4,000만병 생산… 단일제품 세계 최대 규모

지난 26일 찾은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은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이천의 정기를 받은 듯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과 달리 주변이 한결 화창한 기운을 풍겼다. 공장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왼쪽 공장동 한켠에 동네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던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켜켜이 야적된 될 걸 보니, 이곳이 월평균 최대 1억4,000만병을 생산하는 소주의 메카임을 실감케 했다.

하이트진로는 전국 3군데에 소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청주와 전북 익산 그리고 경기 이천 공장이다. 이 가운데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천 공장은 전체 소주 생산량의 3분의 2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거점이다. 나머지 공장에서도 일부 생산이 이뤄지지만 이천에서 공급된 술을 받아 병입(술을 병에 채워 넣는 일)만 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그럼 점에서 약 9만평의 대지 면적에 400여명 근무하고 있는 이천 공장은 하이트진로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소주 생산 기지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겠다.

이곳 이천 공장에는 견학 코스가 마련 돼 있어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다. 소주의 원료와 과거 생산설비는 물론 첨단설비로 생산되는 소주 제조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제조 과정을 목격한 기자의 감상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라는 거다. 간혹 소주병에 담배 꽁초나 벌레 등이 유입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종종 신문지상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이는 유통이나 보관 단계에서 발생한 일이지 제조 과정과는 무관할 것이란 게 기자의 결론이다.

생산 라인의 첫 번째 과정인 공병분리기. 박스당 30개씩 들어있는 상자들이 7개씩 묶여 컨베이어로 이동되고 있다. <시사위크>

병입 작업 전 소주 생산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쌀이나 보리, 고구마 등을 발효 및 증류시켜 얻어진다. 장시간 이들 원료를 발효시키면 알콜 성분이 85% 이상인 물질이 되는데 이를 에틸알코올 즉 ‘주정’이라 한다. 국내에는 총 10개의 주정 회사가 있지만 주류회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대한주정판매회사라는 곳을 거쳐 업체들에게 독점 공급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거엔 진로와 하이트도 주정을 제조했지만 지금은 국가에서 업체를 선정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부터가 주류 회사들이 진짜 할 일이다. 공급 받은 주정을 기반으로 업체마다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소주를 만든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경우 익히 알려진대로 대나무숯 정제 공법을 이용해 얻어진 미네랄수를 주정에 희석시킨다. 이렇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45%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스테비오사이드, 토마틴 등 식물성 천연 첨가물을 더하면 병에 담기기 직전 상태인 ‘나주’가 된다. 나주를 생산라인에서 병에 담으면 최종 상품인 참이슬로 탄생한다.

소주가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제품검정탱크’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다음 단계야말로 이날 견학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재활용 될 병이 외부에서 생산 라인 내부로 들어오는 과정에서부터 병입된 제품이 상자에 담겨 지게차에 실리는 전체 과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소주병은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대부분이 재활용 된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병이 공용화돼 업체마다 차이가 없지만 과거엔 회사 이름을 병에 각인해 놨었다. 이 때문에 술병이 다른 회사꺼라는 걸 본 손님들 사이에서는 ‘짜가(가짜)’가 아니냐는 컴플레인이 종종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에서는 EBI와 FBI 외에도 밀폐된 공간에서 주입이 이뤄져 이물질 차단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시사위크>

◇ 미세이물질 잡아내는 EBI‧FBI… 이물질 유입 ‘제로’

생산 라인은 총 7단계를 거친다. 먼저 공병을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한 상자에 30병씩 들어있는 박스를 한 번에 7개씩 컨베이어 위에 올려 ‘씻을 준비’에 들어간다. 그 전에 ‘왕관’이라 불리는 뚜껑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세병기’에 들어간다. 여기에선 세척액을 이용해 새병에 가깝게 병을 닦아 준다. 쉽게 식기세척기를 연상하면 되겠다. 세척된 병은 ‘EBI’(세척병 검사기) 단계에서 미세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EBI를 통과한 병은 술을 담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술이 주입되고 왕관을 씌우는 타전이 이뤄진다. 주류회사에서는 이 왕관이 굉장히 중요한데, 병이 재활용 되는 만큼 바로 이 왕관이 출고된 개수로 제품 생산량이 계산되고 그에 따른 세금이 매겨진다. 소주의 경우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납부세액이 매출액의 95%에 이를 정도로 세금이 세다. 지난해 4,942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천 공장은 세금으로 4,593억원을 지출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완성된 제품은 또 한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 완제품 내부의 이물질을 검출하는 ‘FBI’(완제품검사기)를 통과해야 상표가 부착된다. 이외에 세병 작업 이후 주입과 타전은 별도의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져 이물질 유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관리가 소홀할 것이란 생각됐던 플라스틱 상자 역시 별도의 시설에서 한 차례 세척돼 재사용된다.

여기서 잠깐. 문득 소주병은 왜 녹색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가 궁금해 관계자에게 물었다. 회사 관계자는 "깨끗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마케팅 적인 요소도 있지만, 과거 경월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그린 소주'가 유행했는데 이후 병이 공용화되면서 녹색으로 통일된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주력 제품인 참이슬의 생산 과정이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프리미엄 제품인 증류주가 보관된 ‘목통실’을 공개했는데, 해당 시설은 정문에서 한참 떨어진 공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해 목통실 인근에 다다르자 구수한 술향이 코끝을 자극해왔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목통실 내부의 모습. 총 5,000여 목통에 담겨 있는 증류원액은 프리미엄 소주인 '일품진로'와 준프리미엄급인 '참나무통 맑은이슬'의 원료로 사용된다. <하이트진로 제공>

지하 3층 깊이로 조성된 목통실 내부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나 볼법한 목통들이 오와 열을 맞춰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목통의 수는 총 5,000여개. 목통 하나하나에는 쌀과 누룩, 물로 밥을 짓고 발효시켜 막걸리를 만들어 낸 뒤, 한 차례 증류과정을 거쳐 만든 증류원액이 담겨있다. 3년을 숙성시킨 원액은 신제품 ‘참나무통 맑은이슬’의 원료로 쓰이며, 10년의 세월을 견딘 원액은 프리미엄 소주인 ‘일품진로’ 생산에 사용된다. 일품진로가 100억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선두 주자로 회자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일품소주는 최근 마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추석까지 선보이던 선물 세트도 이번 설날 때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모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목통실 확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증류주 담당자는 “안전상의 이유와 품질 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흔히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대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이트진로의 장인정신에서 우리나라 소주 산업의 밝은 미래를 본 건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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