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20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의도 정가에서 “선거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은 지난해부터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이에 시사위크도 8회에 걸쳐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문제점을 짚고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편집자 주>

[시사위크=은진 기자] 20대 국회의원 상당수가 현행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 방식인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가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152명의 의원 중 67명(44.1%)이 소선거구제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군소정당은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독식하는 양당제를 비판하고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원내1·2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볼 때 실질적인 다당제 실현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선거제도 선호도를 조사했다. 20대 국회 재적의원 293명 중 구속 수감 중이거나 외유 중인 의원, 일신상의 이유로 응답 거부 의사를 밝힌 의원 등을 제외한 250명에게 설문한 결과 152명이 응답해 응답률 60.8%를 기록했다.

현역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였다. ‘어떤 국회의원 선거구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소선거구제’라고 답한 의원은 67명(44.1%)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대선거구제’가 60명(39.5%), ‘중선거구제’가 13명(8.6%), ‘대선거구제’가 12명(7.9%)이었다.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152명의 의원 중 67명(44.1%)이 소선거구제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시사위크>

현행 국회의원 선출 제도는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에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형태다.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현행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는 원내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한 선거구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기 때문이다. 전국적 조직이 탄탄하고 선거구마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대정당에 유리하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도 일치하지 않는다. <관련기사 : [선거제도가 문제다①] 소선거구제, 많은 사표 발생으로 민의 반영 한계>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방의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내3·4·5당인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당장 6·13 지방선거에서부터 지방의회에 4인 선거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선거구당 2~4명의 의원을 뽑을 수 있는 중선거구제 형태인 기초의원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획정해 한 선거구에서 4명의 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인 선거구일 경우 민주당·한국당 같은 거대 정당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지방의회 의석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한국당에 의해 무산됐다. 전국 기초의원 선거구 1,030여 곳에서 4인 선거구가 도입된 지역은 28곳에 불과했고 서울·부산·인천 등 7개 광역시도에서는 아예 도입되지 않았다. 민주당·한국당 중앙당은 지역 의회가 결정한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중소정당들은 거대 양당의 지방의회 독점을 위한 야합이라며 비판했다.

지방의원 선거구 개편도 무산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정부 개헌안에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작 이를 논의해야 할 국회에서는 권력구조 개편 등 굵직한 사안에 묻혀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본지 설문조사 결과 현역 의원들의 상당수가 현행 선거제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거구 개편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의원들의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들의 소속정당은 압도적으로 민주당·한국당 비율이 높았다. 민주당·한국당 소속 의원이 각각 62명(40.8%)씩,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19명(12.5%), 그 외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이 9명(5.9%)이었다. 이 중 지역구 의원이 124명(81.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비례대표 의원이 28명(18.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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