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스토리로 공감을 얻고 있는 ‘라이브’ < tvN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노희경 작가의 신작 케이블채널 tvN ‘라이브’가 현실적이고 따듯한 스토리로 공감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된 ‘라이브’는 지난 1일 방송된 8회까지 4~5%대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대단히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라이브’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재벌도 막장도 없다

‘라이브’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라이브’는 특별한 사건도, 진한 러브스토리도 없다. 출생의 비밀, 재벌가 후계자와의 로맨스 등 흔히 말하는 ‘막장’ 소재도 없다. ‘경찰’이라는 특수한 직업이 등장하지만 ‘라이브’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흥미롭고 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특히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정오(정유미 분)와 불법 다단계 회사에 사기를 당한 염상수(이광수 분). 여성도 능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직업을 얻기 위해, 또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업을 위해 경찰 공무원에 도전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짠한 공감과 함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라이브’는 모든 캐릭터가 존재감을 뽐낸다. < tvN 제공 >

◇ 하나하나 숨 쉬는 캐릭터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흔히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라이브’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주조연할 것 없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정 인물에 집중되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들에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하면서 폭넓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가정은 지키지 못한 남편, 그런 그의 곁에서 항상 외로웠다며 담담히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정년을 앞두고 있는 경찰, 또 아픈 아내를 돌보며 과거를 후회하는 이까지 누구 하나 존재감 없는 인물이 없다.

또 이들의 관계도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한다. 강력계 전설로 불리는 오양촌(배성우 분)은 아내 안장미(배종옥 분)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에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라고 억울함을 내비친다. 안장미는 “나는 혼자 잘 하더라.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아플 때, 친정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너는 곁에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혼을 한 두 사람이지만 “잠만 같이 안자는 것”이라는 양촌과 “아직도 오양촌이 좋다”라면서도 그에게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장미의 모습은 이들이 어떻게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찾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정년을 앞둔 사수와 이제 막 경찰 생활을 시작한 젊은 부사수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호흡을 맞춰나가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안기고 정오와 상수, 최명호(신동욱 분)의 삼각관계 로맨스는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가족애와 사랑, 우정 등 우리가 현실 속에서 겪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라이브’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정유미 < tvN ‘라이브’ 캡처>

◇ 현실적인 대사와 시원한 사이다 발언

‘라이브’는 화려하진 않지만 진정성이 가득한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인물들이 쏟아 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삶과 닮아있고 때로는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들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오양촌은 “당신과 이곳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학교에서 자퇴를 선택한 학생에게 “맞다. 이 바닥도 나도 좀 부당하다. 잘 그만뒀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네가 경찰이 되면 있어야 할 현장은 더 불합리하고 더 부당하다”라며 “죄지은 놈들이 죄 없는 우리 경찰을 발로 까고 욕하고 그런다. 그러다 진압하면 민원 넣고 가끔 총도 맞아야 한다. 근데 여기 말고 다른 사회는 합리적이냐”라고 되묻는다. 야속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양촌의 대사다.

또 돌직구 대사로 통쾌한 한 방을 날리기도 한다.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 한정오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며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 출신 대학과 스펙, 여자라는 이유로 이어지는 부당한 대우에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한정오는 면접관을 향해 “재수 없는 꼰대”라고 일갈한다.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당당히 맞서는 한정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뻥 뚫어줬다.

‘라이브’로 돌아온 노희경 작가 < tvN 제공>

◇ ‘휴머니즘의 대가’ 노희경의 힘 

‘라이브’는 ‘휴머니즘의 대가’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다. 노희경 작가는 ‘시청률 보증 수표’는 아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으로 현실을 잘 그려내며 ‘믿고 보는 작가’로 통한다. 경찰을 다룬 ‘라이브’에서 강력반이나 특별 수사팀이 아닌 지구대를 선택한 것도 노희경 작가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노희경 작가는 특수한 직업을 다뤘지만 낯선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공감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특히 노희경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1년 여간 실제 지구대 경찰들을 인터뷰하고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노희경 작가의 필력과 생생한 취재를 토대로 만들어진 탄탄한 스토리. ‘라이브’가 자극적인 소재와 막장 스토리, 스타급 배우들 없이도 충분히 빛을 내고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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