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CJ E&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수’ 아이유가 ‘나의 아저씨’ 이지안을 통해 ‘배우’ 이지은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가수 아이유’가 더 익숙하지만 ‘배우 이지은’이라는 이름도 제법 낯설지 않다.

이지은(아이유)는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에서 주인공 이지안 역을 맡았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나의 아저씨’는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제목과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 설정 때문에 롤리타 신드롬(미성숙한 소녀에 대해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 논란이 불거진 것. 특히 주인공 이지안 역으로 캐스팅된 이지은이 2015년 발표한 앨범 ‘챗셔’ 수록곡 ‘제제’ 가사 속 어린 주인공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을 더했다.

또 이지은이 장기용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며 폭력 논란이 불거졌고 도청을 하는 등 불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들로 비난을 받았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논란은 차츰 사그라 들고 있지만 여전히 ‘나의 아저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지은의 연기력만큼은 호평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극중 이지은은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 이지안 역을 맡았다.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진 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 버는 족족 사채 빚을 갚는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이 남은 차가운 아이다.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지은 < CJ E&M>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안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특히 역할 특성상 많은 대사와 표정 없이 지안의 심리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지은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안이 처한 상황과 감정,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또 표정과 눈빛, 말투와 걸음걸이까지 지안에 완전히 분한 모습으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이선균(박동훈 역)은 지난 11일 진행된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이지은에 대해 “지안과 싱크로율 100%”라고 칭찬했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도 “지은 씨가 생각하는 이지안 보다 제가 생각하는 이지안의 모습이 항상 조금 더 부족하다”고 극찬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모두 드라마 속 의상을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 대해 더욱 전달이 잘 될 것 같다는 이지은의 아이디어로 성사됐다. 이지은이 어떤 각오로 드라마에 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수로서 이미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이지은은 연기자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왔다. 그는 2011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했다. 극중 소름 끼치는 가창력의 소유자 김필숙 역을 맡아 특수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프로듀사’에서 인기 가수 신디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이지은 < KBS 2TV ‘프로듀사’ 공식 홈페이지>

이후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4)에 출연한 그는 2015년 방송된 KBS 2TV ‘프로듀사’에서 인기가수 신디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실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신디가 가진 내면의 아픔을 리얼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첫 사극이었던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드라마가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점차 안정된 연기력을 보이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나의 아저씨’ 지안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지은 < CJ E&M 제공>

소위 말하는 ‘발 연기’ 논란은 없었지만 연기자로서 확신도 주지 못한 이지은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지은은 ‘안정’이 아닌 ‘도전’을 택했다. 자신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어둡고 거친 ‘나의 아저씨’ 지안을 택하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또 이지은은 ‘성장’하기 위해 ‘나의 아저씨’를 선택했다. 그는 “‘이 작품을 끝냈을 때 분명히 많은 걸 배워갈 거다’라는 감독님의 말에 믿음이 생겼다”며 “실제로 많이 배우고 있다. 이걸 소화하고 나면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지은의 도전은 성공한 듯하다. 아직 절반에 가까운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나의 아저씨’ 속 이지은은 한층 성숙된 연기력으로 비난 여론을 하나 둘 바꿔나가고 있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몫, 그 이상을 해내며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유 그리고 이지은의 ‘기특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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