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한식세계화를 위해 앞장섰으나 결과물은 기대 이하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책 발행은 혈세 낭비와 함께 저작권 논란으로 비판을 샀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 책들을 어떻게 구했어요?” 출판사 수류산방의 A방장과 B실장은 기자의 손에 든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보고 놀란 모습이었다. 책은 두 권이었다. 한 권은 국빈 선물용으로 제작돼 시중에서 판매된 바 없었고, 다른 한 권은 국내 판매용으로 제작됐다가 전량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책을 구매할 수 없는 게 맞다. 하지만 두 권 모두 중고서점에서 값을 치르고 가져왔다. B실장은 판매용으로 제작된 책을 보며 “솔직히 전량 폐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청와대 제2부속실 사과… “주님께 기도하겠다”

전량 폐기는 해당 책을 발행한 출판사 W의 약속이었다. 벌써 7년 전 일이다. W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재구성한 뒤 5,000부를 인쇄했다. 수류산방 측은 뒤늦게 알았다.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의 하소연을 통해서다. 이미 책이 나온 터라 대필을 맡은 B실장의 사인을 받아가지 못하면 청와대에서 쫓겨난다는 얘기였다. 청와대에서 건넨 ‘원고 사용 합의서’에는 저자(을)가 원고 집필자(갑)에게 200만원을 주고 모든 용역의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영구적으로 넘긴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실 책(원작)에 B실장의 이름은 없다. 대신 기획·글구성·디자인 등을 수류산방으로 통칭했다. 수류산방 측은 “청와대가 원고 사용에 대한 사인을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부터 자신들에게 저작권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B실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저작권은 생득적인 것이라서, 작품이 나오는 순간 그 자체로 저작인격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양도와 상속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사용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용권을 허락받는 게 아니라 인격권을 갖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 김윤옥’으로 발행된 두 권의 책. G20 정상회의 참여국에 홍보 차원으로 제작한 뒤 국내 판매용으로 다시 내놨으나 저작권 문제로 전량 회수하는 치욕을 겪었다. <소미연 기자>

B실장은 끝까지 사인을 거부했다. 이유는 하나다. 수익을 개인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발행된 책인 만큼 ‘지은이 김윤옥’은 개인이 아닌 영부인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한식재단에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이라면 선택이 달라졌을 수 있다. 당초 책은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식 홍보 차원에서 제작됐다. 발행처가 바로 한식재단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식세계화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당시 수류산방 측은 손해를 감수하고 책을 냈다.

하지만 국내 판매용으로 2차 가공물이 계획될 때 수류산방은 제외됐다. 수류산방 측의 동의 없이 W에서 나온 책은 무단도용과 다름없었다. W 편집장은 수류산방에 찾아와 사과와 함께 전량 폐기의 뜻을 전했다. 실제 폐기가 이뤄졌다면 사건은 그것으로 종료된다. 하지만 폐기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W측은 기자의 질문에 “해당 책이 출간된 적이 없다”며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놨다.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응대도 거부했다.

수류산방 측은 저작권 문제로 청와대와 씨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매일같이 찾아와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 특히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청와대 제2부속실장도 움직였다. 식사자리에서 만난 부속실장은 “야단을 많이 맞았다. 이렇게 고생한지 몰랐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주님께 매일 수류산방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B실장의 설명이다. 이후 수류산방 측은 한식재단에서 제안하는 프로젝트에는 일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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