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재단 출범 기념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 상당수가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재단은 이른바 영부인 역점사업으로 불리던 한식세계화 추진을 위해 설립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이 이명박 정부의 뜨거운 관심 속에 첫발을 내딛었다. 출범 기념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시 재단의 설립 허가를 내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 그와 함께 재단의 모태가 된 한식세계화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훗날 여성가족부 장관에 오르는 김금래 한나라당 의원, ‘왕차관’으로 불리게 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도 얼굴을 비췄다.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재단의 힘을 가늠하게 했다.

◇ 용두사미된 한식세계화 사업

실제 재단엔 막대한 예산이 배정됐다. 재단이 내세운 한식세계화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역할이 컸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스스로 ‘한식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것. 사실상 재단 출범을 주도해왔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재단에 배정된 예산을 ‘김윤옥 예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1,000억원대 세금이 낭비됐다는 비판만 샀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사로 지적됐다. 코드인사가 결국 재단 이사장의 자질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사업 부진을 낳았다는 얘기다. 재단 첫 이사장은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그는 재단 출범 기념식에서 후임자인 장태평 전 장관과 나란히 섰다. 공교롭게도 장태평 전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마사회장으로 임명돼 보은인사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자질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잔여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조기 사퇴했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비리 의혹이 짙어지면서 한식세계화 사업도 살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2대 이사장은 양일선 전 연세대 교학부총장이 선임됐다. 그 역시 한식세계화추진단 공동단장 출신이다. 재단 출범 기념식에서 장태평·유인촌 전 장관과 함께 사진을 촬영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투를 썼던 이사장들은 전문성은 물론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대 이사장은 40년 이상의 한식 조리 현장 경력을 내세운 강민수 전 한국음식관광협회 회장이 꿰찼다. 이후 윤숙자 전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이 4대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재단 이사장의 선임 과정은 안개속으로 빠졌다.  

특히 윤숙자 전 이사장은 재임 내내 뒷말을 샀다. 취임 닷새 만에 열린 한식문화관 개관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자 뒷배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문화계 실세로 꼽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거론됐다. 두 사람이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출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윤숙자 전 이사장은 차은택 전 단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국정농단 파문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12일 돌연 사임했다.

재단은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명칭을 한식진흥원으로 변경하고,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스님을 5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사장 공백 사태 1년여 만에 정상 운영을 시작한 셈. 하지만 재단을 둘러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바로 김윤옥 여사 때문이다. 그가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한식세계화 사업도 살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재단의 포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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