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회, 중기부 운영 점검에 각종 음모론 ‘솔솔’친정부 활동 앞장선 국회개혁범국민연합 정치집회 참여 의혹

중소벤처기업부가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소상공인연합회의 회계 운영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상공인연합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16일부터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상공인회)에 대한 운영 점검에 돌입한 가운데 소상공인회가 박근혜정부 시절 관제데모를 벌였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가 문재인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소상공인회가 표적 감사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중기부가 소상공인회 회장 선 거 직후 감사 공문을 보낸 것도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자취 감춘 국회개혁범국민연합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2015년 10월 19일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 회장과 오호석(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 총회장 등이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에는 오호석 총회장이 수장으 로 있는 ▲유권자시민행동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골목상권살리 기소비자연맹을 비롯한 190여개 시민단체가 가입했었다.
 
현재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정부입법 통과가 어려워지자, 남재준 전 국정원 장이 대기업을 압박해 경우회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우회는 국회개혁범국인연 합을 앞세워 박근혜정부 시절 국회선진화법 폐지 운동을 벌여왔다.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과 함께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을 추진한 오호석 총회장 역시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단체 대표 격들이 재판을 받으면서 사실상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와해 된 상태다. 언론 보도에는 2016년 8월로 더이상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두 달 뒤인 같은해 10월, 국정농단 사태 가 터지면서 정치 판세가 뒤바뀐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의 홈페이지도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의 발기인명단에는 최승재 소상공인회 회장과 주옥순 엄마부대 회장,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엽합회 총회장,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서석구 변호사,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시사위크>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소상공인회도 당시 국회개혁범국민연합과 짧게나마 함께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의 발기인명단 [공동대표(57명)-중앙위원 포함]에는 최승재 소상공인회 회장과 주옥순 엄마부대 회장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오호석 총회장은 [중앙위원 (20명)-공동대표겸]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서석구 변호사는 [상임고문(5명)] 에,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은 [상임대표(4명)]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국회해산제 도입 ▲국민소환제 도입 ▲불체포특권 박탈 ▲면책특권 박탈 ▲국회선진화법 폐지 ▲국회의원자격 박탈제 ▲기조단체장 및 의원들의 공천권 포기 등 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또 ‘국회개혁 1,000만 서명’을 대대적으로 진행, 2016년 8월 31일 1,000만명 돌파 집회를 열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회 정관 제5조 제1항은 소상공인회의 모든 정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회 홈페이지에는 이 당시 활동 내용이 게시돼 있지 않다. 소상공인회는 2014년 4월 설립됐지만 홈페이지의 보도자료와 언론보도 페이지는 각각 2016년 12월, 2017년 1 월부터 작성돼 있다. 그러나 최승재 소상공인회장이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과 오호석 직능경 제인단체총연합회장, 서석구 변호사, 주옥순 엄마부대 회장과 함께 ‘국회개혁 1,000만명 돌파 선포 및 헌법청원 국민대회’ 집회에 참석한 모습이 담긴 보도 사진은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회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홈페이지 개편을 했을 뿐 내용을 선별해 자료를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왼쪽부터)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과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장, 불상, 서석구 변호사, 주옥순 엄마부대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2016년 8월 3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회개혁 1000만명 돌파 선포 및 헌법청원 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소상공인회 “소극적으로 참여했을 뿐... 중기부 감사와 무관”

소상공인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기부 감사 내용에 그런 부분도 없고, 과거 활동은 소상공인회에 가입한 단체와 국회범국민연합회에 가입한 단체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좋은 취 지로 몇 번 동참했을 뿐”이라며 “국회선진화법 폐지 활동은 했는지 모르겠지만, 국회개혁은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 아닌가. 시민단체로서 참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회장 선거 당시에도 최승재 대표의 재선임과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자격논 란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소명됐다”면서 “사드 찬성 집회도 우리나라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참 여했을 뿐 친정부 활동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호석 총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유흥업중앙회가 2016년 1월 소상공인회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가입했다. 경우회와 관련한 논란과 소상공인회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승재 회장을 찍어내려 한다는 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최 회장도 소상공인회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것 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소상공인회가 친정부 활 동으로 문제가 된 단체에 합류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중기부는 주무관청으로써 이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중기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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