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가 국내에 공개됐다. <(주)영화제작 전원사, (주)콘텐츠판다, 무브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홍상수 감독의 20번째 장편 영화이자 김민희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첫 선을 보인 뒤 약 1년 만이다. 칸 상영 후 외신의 호평을 받은 ‘클레어의 카메라’가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

영화 배급사 직원 전만희(김민희 분)는 칸 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배급사 대표 남양혜(장미희 분)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 음악 선생인데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다닌다. 그러다 만희를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된다. 클레어는 마치 여러 가능성의 만희를 미리 혹은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사람인 듯하고, 그건 칸 해변의 신비한 굴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칸의 이국적 풍경과 배우들의 연기 ‘UP’

‘클레어의 카메라’는 프랑스 칸을 배경으로 한다. 제69회 칸영화제가 치러진 기간 칸 현지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영화는 칸의 낮과 밤 풍경을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칸의 푸른 해변과 아기자기한 골목, 노천카페의 온기와 색감은 칸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만희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클레어가 교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클레어의 역할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는 5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만희와 원인을 제공한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 분), 완수 때문에 만희를 해고한 남양혜와 우연히 만나 이들 사이를 번갈아 오가게 된다.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가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첫 호흡을 맞췄다. <영화 스틸컷 (주)영화제작 전원사, (주)콘텐츠판다, 무브먼트 제공>

클레어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일 뿐이지만 이들은 모두 그녀에게 쉽게 마음을 연다. 특히 만희는 첫 만남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러주고 선뜻 한식을 대접한다. 고민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클레어도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며 만희와 교감한다. 완수를 술주정뱅이로, 양혜를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클레어의 시선도 재밌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클레어를 연기한 이자벨 위페르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을 편안하게 이끌어간다. 김민희도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속으로는 혼란스러운 만희의 심리를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잘린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자”라며 양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만희의 모습은 엉뚱한 매력으로 웃음을 안긴다.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호흡을 맞춘 김민희와 장미희 스틸컷 <(주)영화제작 전원사, (주)콘텐츠판다, 무브먼트 제공>

▼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위한 변명? ‘DOWN’

‘클레어의 카메라’ 소완수와 만희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의 관계를 떠나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든 홍 감독이다. 평소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는 홍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과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와 상황들을 녹여냈다.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왜 쫓겨나야 하는지. 그만두라면 그만둬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니.”

양혜는 완수와 잠자리를 갖은 만희를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해고한다. 만희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5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 만희는 우연히 만난 회사 동료에게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왜 쫓겨나야 하는지”라고 한숨을 내쉰다. 이어 “그만두라면 그만둬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니”라고 하소연한다.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이 담긴 이 대사는 만희를 통한 김민희의 속내로 들린다.

‘클레어의 카메라’의 완수와 만희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 스틸컷 (주)영화제작 전원사, (주)콘텐츠판다, 무브먼트 제공>

“넌 예뻐. 예쁜 영혼을 가졌어. 그러니 이런 옷을 입고 너 스스로 관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네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하게 살아.”

헤어스타일부터 옷차림새, 외모까지 홍상수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감독 완수는 그와 잠자리를 가진 후 회사에서 해고된 만희와 우연히 재회한다. 짧은 바지에 짙은 메이크업을 한 만희에게 완수는 “춥지 않냐”라며 “왜 이런 옷을 입고 남자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려고 하냐”라며 화를 낸다. “넌 예쁘다. 영원히 예쁘다. 예쁜 영혼을 가졌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인다. 다짜고짜 화를 내는 완수의 모습에 관객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만희는 “네”라고만 대답할 뿐이다.

◇ 총평

칸의 이국적인 풍경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좋았다. 특히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교감하는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특유의 위트도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완수와 만희의 대사와 상황들은 자연스럽게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불편함을 안겼다. ‘불륜’을 포장하기 위한 ‘변명’이란 평가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개봉. 러닝타임 6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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