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라는 필명을 가진 김모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의 실제 주인 이모 씨는 댓글조작 사건 보도 이후 갖은 의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미연 기자>

[시사위크|파주=소미연 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ㅊ출판사 관계자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면서 한숨짓는 일이 많아졌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는 19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내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우리와 느릅나무 출판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드루킹, 출판인 아닌 브로커인 듯”

느릅나무 출판사는 ‘드루킹’ 필명을 가진 김모 씨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서류상 2015년 5월 현 건물로 입주했다. 월세살이였다. 김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건물주(임대인)가 바로 ㅊ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했다. ㅊ출판사는 김씨에게 사무실을 빌려준데 대한 배경을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였다. 언론의 집요한 질문은 “사건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씨와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이상한 낌새가 없었는지도 묻더라. 뒷조사를 한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계약 이후에도 말썽이 없었다. 임대료를 꼬박꼬박 냈다. 굳이 신경을 쓰거나 관여할 필요가 없었다. 얼굴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일반적인 수준이다. 내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안면 때문에 인사를 하고 지내지 않는가.”

두 출판사의 거리는 1Km 내외다. 당초 ㅊ출판사는 느릅나무 출판사에 임대하기 전 해당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했다. 출판도시 2단지가 새로 조성되자 자회사(ㅊ출판사) 사무실만 남기고 이전했다. 나머지 공간은 김씨 등에게 빌려줬다. 사건이 터진 뒤, 건물의 문은 굳게 닫혔다. 이씨가 오가며 건물에 붙인 피켓들을 떼어냈다. 댓글조작 관련 여권을 비판하는 내용들이었다. 관할 시청에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피켓을 떼는 작업은 거듭됐다.

댓글조작 사건으로 출판도시는 며칠 내내 떠들썩하다. 야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

이씨 측은 걱정이 많았다. “(반대 세력에서) 점거하듯이 건물에 피켓을 자꾸 붙여서 마치 건물이 김씨의 소굴처럼 보여지는 점이나, 가뜩이나 어려워진 업계에서 출판사 이미지마저 이상해지는 게 아닐까 우려”가 됐다. ㅊ출판사와 자회사 ㅊ출판사는 각각 인문 분야와 아동 전문으로 유명하다. 책 한권을 내지 못한 느릅나무 출판사와 확연히 다른 셈. 실제 업계에선 김씨에 대해 “출판인이라기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브로커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김어준, 이재명, 정청래 각 세웠다”

특히 김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대해 알고 있었던 ㅅ출판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씨가) 유독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이재명(전 성남시장), 정청래(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각을 세우는 느낌이 들더라. 김경수(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너무 순진하게 당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조용했던 출판단지는 김씨 이야기로 며칠 내내 떠들썩하다. 야권 정치인들의 발걸음까지 더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출판단지는 원래 조용한 곳이다. 각자 사무실에서 자기 업무를 하느라 바쁘다. 사실 같은 업계임에도 교류가 많지 않다. 자신이 속한 출판사 챙기기도 힘든데 다른 출판사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업계 사정을 잘 알지 못한 채 느릅나무 출판사를 빌미로 사건이 잘못 확대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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