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을 발표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시사위크|판문점 공동취재단=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한반도의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연내 ‘종전’을 선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2007년 10·4선언에서 최초로 종전을 언급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고 양측 사이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판문점 선언이 처음이다. 이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북미정상회담→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종전선언’ 프로세스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적대행위 전면 중지’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당장 내달 1일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양 정상은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는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는 평화수역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전협정 제1조 제1항에 명시된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는 규정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측은 “정전협정 규정대로 남북 군대가 이격될 경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는 획기적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식수 및 친교산책을 마친 후 평화의집으로 향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남북은 5월 중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양측 국방부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그동안 남북 교류 협력에 합의하고도 군사적 보장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부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도 선언문에 새겨졌다. 양 정상은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했으면 좋겠고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종전 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도 추진한다. 양 정상은 선언문에서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재개된다. 시기는 오는 8월15일 광복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들의 연령대가 고령임을 감안해 더 늦기 전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남북은 합의 불이행이 반복돼 온 과거를 교훈 삼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측은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신속하게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관한 법적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법제처 등 관련 부처 간 검토를 거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비준→국회 동의→공포 순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를 남북정상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개편해 후속조치 추진 및 점검체계를 가동하는 등 판문점 선언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도록 후속조치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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