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스탠 밴 건디 감독(사진)을 경질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또 한 명의 감독이 코트를 떠났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구단은 8일(한국시각) 스탠 밴 건디 감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아직 1년 남아있었지만, 디트로이트의 최근 성적이 너무나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스탠 밴 건디 감독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4년 동안 디트로이트는 단 1번 플레이오프 진출하는데 그쳤으며, 그마저도 4대0 패배를 당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암울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성적표도, 저조한 관중 동원율도 아닌 연봉 지급표다. NBA는 구단이 선수단에게 지급할 수 있는 연봉의 상한선을 정해놓는 ‘하드 샐러리 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 박치기’를 통한 슈퍼스타의 영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효율적인 지출이 구단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디트로이트의 연봉지급내역서는 ‘가성비’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디트로이트는 2017/18시즌 기준 NBA 30개 팀 가운데 6번째로 캡 스페이스가 적다. 즉 선수단에게 리그 전체에서 6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비하면 39승 43패, 동부지구 9위라는 디트로이트의 이번 시즌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디트로이트보다 지출이 많은 5개 팀들은 이번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서부지구 1위 휴스턴(9위)과 동부지구 1위 토론토(11위), 동부지구 2위 보스턴(14위) 등 더 적은 비용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팀들도 있다.

디트로이트 구단 운영진들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블레이크 그리핀의 존재다. LA클리퍼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블레이크 그리핀은 17/18시즌 시작 전 클리퍼스와 5년 1억7,100만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NBA 규정상 클리퍼스가 그리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난 1월, 스탠 밴 건디 감독은 토바이어스 해리스와 에이브리 브래들리, 보반 마르야노비치와 미래 지명권을 클리퍼스에 내주고 그리핀을 받아오는 초강수를 던졌다. 팀 전력을 강화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리핀 영입 이후 팀 성적은 8승 11패에 그쳤으며, 무엇보다 디트로이트가 꿈꿨던 안드레 드러먼드와 블레이크 그리핀의 공존에 물음표가 붙었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그리핀은 골밑 대신 외곽을 겉돌며 점퍼 위주의 공격을 택했다.

2021/22 시즌이면 3,900만달러가 되는 블레이크 그리핀의 연봉은 디트로이트의 샐러리 유동성을 제약함으로서 적극적인 선수단 재편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트로이트 구단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고액연봉에, 최근 폼이 좋지 않으며, 부상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그리핀을 매물로 새로운 선수들을 데려오거나, 혹은 그리핀이 22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하던 자신의 전성기 모습을 다시 보여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가 그리핀을 처리하고 리빌딩을 시작하든 혹은 그리핀 중심의 전술운영을 밀고 나가든, 이를 주도할 유능한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애틀란타와 뉴욕‧밀워키 등 다수의 팀들이 새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트로이트가 ‘명장 영입경쟁’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드보이즈’의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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