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견 시점’이 일베 논란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 MBC ‘전지작 참견 시점’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잘 나가던 ‘전지적 참견 시점’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용어까지 더해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MBC 측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최승호 MBC 사장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논란의 시작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 화면(2014년 4월 16일 방송)을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히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일부 회원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모욕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 ‘어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논란을 더했다.

최승호 사장이 ‘전지적 참견 시점’ 일베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뉴시스>

◇ MBC, 세 번의 사과

논란이 불거지자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지난 9일 공식 보도 자료를 내고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 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편집된 과정을 조사한 후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MBC 사장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날 그는 “관련자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0일 오전 SNS를 통해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일어난 사안을 제대로 조사해 밝히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내부 구성원만으로 조사를 해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형태의 조사위는 MBC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유족 외에 또 하나의 피해자인 이영자에게도 사과했다. 최 사장은 “나는 이 사안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출연자들, 특히 이영자 님에게도 사과한다”며 “이영자 님은 누구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들었다. 그런 분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당했으니 그 충격과 아픔은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전했다.

◇ 사과는 했지만… 

MBC의 거듭된 사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다수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다수 게재됐다.

또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이영자가 녹화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추후 녹화 일정 자체가 취소됐고 ‘전지적 참견 시점’은 오는 12일과 19일 2주간 결방된다.

‘전지적 참견 시점’ 측이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 MBC ‘전지작 참견 시점’ 캡처>

◇ 반복되는 ‘일베’ 논란

방송사가 일베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스와 예능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일베에서 제작된 이미지가 전파를 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MBC는 그간 5번의 일베 논란이 불거졌다.

2013년 ‘기분좋은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일베 합성사진을 방송에서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2014년 ‘섹션 TV 연예통신’에서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사진에 음영처리를 한 일베 이미지가 노출돼 물의를 일으켰다.

또 2015년 ‘뉴스데스크’에서는 월드컵 2차 예선에 관련된 뉴스를 보도하면서 2018년 러시아 공동 엠블럼 대신 일베에서 제작된 이미지가 방송됐고 같은 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일베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된 아이디를 그대로 노출시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도 ‘뉴스투데이-연예투데이’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베 이미지가 전파를 타 논란이 됐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방송사 측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번 ‘전지적 참견 시점’ 일베 논란은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안긴 바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관련된 문제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최대 피해자는 세월호 유가족과 개그우먼 이영자다. < MBC ‘전지작 참견 시점’ 캡처>

◇ 이영자 발목 잡은 ‘전참시’

이번 논란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겠지만 해당 장면 당사자인 이영자도 빼놓을 수 없다.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프로그램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그는 남다른 ‘먹방’을 선보이며 ‘휴게소 완판녀’, ‘이영자 미식회’, ‘밥 잘 사주는 웃긴 누나’ 등 다양한 수식어를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러한 활약은 프로그램의 인기로 이어졌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영자의 먹방은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가장 큰 비결로 꼽혔고 매니저 송상호 씨와 함께 출연해 공개한 일상 속에서 그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매력으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에게 제2의 전성기라는 날개를 달아줬던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제는 날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꼴이 돼버렸다.

또 이영자는 과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여러 차례 아픔을 표현한 바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신이 진행했던 케이블채널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세월호 추모곡 ‘노란 리본’을 만든 김창완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고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 출연한 세월호 유가족의 사연에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평소 따듯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로 알려진 이영자에게 이번 논란은 꽤 큰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녹화 불참을 결정한 것도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불거진 사건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도 2주간 결방한다. “더 확실히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으로 알겠다”는 최승호 사장의 말처럼 MBC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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