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 르브론 제임스(가운데)를 수비하는 제일런 브라운(왼쪽)과 알 호포드(오른쪽). 전문가들에게서 박한 평가를 받았던 보스턴은 이날 경기를 108대 83으로 크게 이겼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체면을 구겼다. 소속 전문가 22명이 참여한 플레이오프 1‧2라운드 승부예측의 적중률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단 한명도 뉴올리언스와 포틀랜드의 1라운드 승부 결과를 맞추지 못했으며, 3명만이 보스턴과 필라델피아의 2라운드 승부 결과를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14일(한국시각) 시작된 컨퍼런스 파이널의 승부예측은 어떨까. ESPN의 선택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서부지구에서 휴스턴의, 동부지구에서 보스턴의 승리를 예측한 전문가는 각각 3명에 불과했다. 3년 연속 계속됐던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맞대결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72%(22명 중 16명)에 달했다는 뜻이다.

도박사들의 생각도 이들과 같다. 유명 스포츠 배팅업체 ‘unibet'의 경우 골든 스테이트와 휴스턴의 우승 배당을 1.65와 3.00으로, 클리블랜드와 보스턴은 9.00과 15.00으로 산정하고 있다. 심지어 둘 모두 휴스턴과 보스턴이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반면 숫자를 활용한 예측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 여론조사‧통계사이트 ‘파이브써티에잇’은 휴스턴 로켓츠가 골든 스테이트를 물리치고 파이널에 진출할 확률을 무려 80%로 예측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과거 선수들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현역 선수들을 평가하는 ‘CARMELO 예측’과 팀 전력을 다각도로 측정하는 ‘ELO 순위’에서 휴스턴이 우월한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ESPN의 팀 전력 측정 지표 ‘BPI(바스켓볼 파워 인덱스)'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휴스턴은 8.2로 골든 스테이트(6.9)를 앞선다.

보스턴 역시 BPI 측정에서 3.6대1.1로 클리블랜드에게 전력상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파이브써티에잇이 보스턴의 파이널 진출(확률 60%)을 예상한 원인을 보여준다. 다만 지표의 수치 자체는 서부 팀들에 비하면 크게 떨어져, 우승 확률(8%)은 매우 낮게 책정됐다.

스포츠, 특히 농구의 2차 지표들은 완벽하지 않다.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요소가 많을뿐더러 플레이오프와 같은 중요한 경기들은 정규시즌과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동부지구 1위를 차지했던 토론토 랩터스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클리블랜드에게 4대0으로 맥없이 무너진 것이 대표적이다. 토론토는 BPI와 ELO 순위 등 각종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파이널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르브론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맞대결 10연패라는 굴욕을 안게 됐다.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이 승부예측에서 전통의 강호들을 선호하는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전문가들의 예측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ESPN 전문가 22명 전원이 포틀랜드의 승리를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뉴올리언스가 4대0으로 시리즈를 끝냈던 1라운드의 대참사가 그 예시다. 포틀랜드가 뉴올리언스보다 정규시즌 성적이 더 좋았다는 단순한 정보가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결과다.

보스턴은 14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에게 108대83의 대승을 거뒀다. 클리블랜드의 파이널 진출을 예상한 전문가 19명으로선 가슴이 철렁할 만한 결과다. 한편 정규리그 1위 신분으로 졸지에 ‘언더독’ 신세가 된 휴스턴은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각)에 골든 스테이트와 만난다. ESPN은 단 3명만이 휴스턴의 파이널 진출을 예상한 반면(4대3승리 2명‧4대2 승리 1명), 파이브써티에잇은 휴스턴의 1차전 승리확률을 78%로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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