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한국고용진흥협회 이사 인터뷰

한국고용진흥협회의 성보경 이사는 우리나라 고용 환경에 대해 “고용을 하는 기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모두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성보경 한국고용진흥협회 이사의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고용 일선에 있는 실무자, 한국고용진흥협회의 성보경 이사는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라는 난제를 풀기위해선 “기업은 마인드를 바꾸고, 청년들은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15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국고용진흥협회(이하 한고협)에서 성보경 한고협 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고협은 비영리 단체로,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지원 및 고용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는 곳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위탁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보경 이사는 청년의 취업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성 이사는 청년들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기간 지켜보고 있다. 20년 이상 취업 시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인 셈이다. <시사위크>는 성 이사에게 국내 일자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성보경 이사와의 일문일답.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어렵다. 대한민국 기업 비율을 보면 단 1%만 대기업이다. 나머지 99%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지금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꺼려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다르다. 대학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 실력도 키우는 등 스펙을 쌓는다. 자신의 실력만큼 눈높이가 높아진다. 이들은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는 대기업, 공기업 등을 원하게 된다. 결국 수요와 공급 격차가 커지며 청년의 실업난은 계속되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인재가 취직에 성공해도 얼마 안 가 다시 퇴직을 한다는 의미다. 누군가 취직이 되면 누군가는 회사를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청년들이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년6개월이라고 한다. 
청년이 원하는 기업의 모습과 실제 기업 현장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실업률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업률 감소란 영원히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강의를 나가거나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면 급여, 근무시간, 복지혜택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부분은 만족을 줄 수 없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없애줄 수 없지만 영원히 만족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급여가 오르면 더 많은 급여를 바라게 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진짜 만족은 ‘성취감’에서 찾아야 한다. 본인이 일을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결국 기업을 오래 다닐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기업은 이들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연수를 보내주고, 배움을 지원해주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역할이다.”

-최근 채용 시장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성보경 한고협 이사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고용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요와 공급 격차가 커지며 청년의 실업난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성보경 한국고용진흥협회 이사의 모습. <시사위크>

“기업에 따라,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기업과 공기업은 그래도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IT분야의 기업들은 그나마 채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남성 취준생들의 관심이 IT분야의 스타트업, 벤처 등으로도 향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공무원을 원하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진행해본 결과, 대학 졸업 시기에는 공무원, 공기업 등을 원하는 것 같다.”

-왜 기업마다 채용 상황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사회적인 분위기, 경영자의 마인드 등에 영향을 받는다. 욜로(You Only Live Once,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 등의 용어가 생겨나는 이유와도 같다. 청년들의 사고방식은 과거와 다르다. 기업도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개선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마인드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 인재를 ‘착취’하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연차, 복리후생 등의 혜택은 기본이고, 근무지의 환경(휴게실) 개선도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고용 및 조직 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경영자가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력난은 계속된다.”

-기업은 개선되고 있는가.

“장기적으로 보면 변했다. 개선되고 있다. 주6일 근무에서 5일제로 바뀌었다. 근로자 처우도 많이 개선됐다고 본다. 중소기업 역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수직적인 계급 문화, 억압적인 분위기, 급여 환경 등 현실적인 문제다. 요즘의 청년들은 서열에 익숙하지 않다. 수직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최근 대기업의 경우 직급을 없애고 있다. 이런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급여 체계도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능력에 상관없이 직급에 의해 연봉이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시간을 들여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적절한가.

“아니다. 적절하지 않다. 중소기업은 더 심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인재들에게 연간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이유라고 보면 된다. 중소기업의 근로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해당 근로자들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배움을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국내 고용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업, 청년 모두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입장에서 좋은 일자리는 무엇일까.

“사람은 다 다르다. 저마다의 인격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 행동 패턴 등이 다져진 뒤 직업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 결국 좋은 일자리란, 자신의 가치관에서 결정된다.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고, 중소기업이 안 좋은 일자리라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월급이 많다고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청년들은 직업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 직업이 과연 나에게 맞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깊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평생직장’이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만 시간의 노력을 들이면 달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가슴이 뛰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좋겠다. 어떤 직종이 유망하다고 해서, 혹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든 경쟁은 치열하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싶은지, 그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 어떤 태도와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본인의 적성, 직무 방향성이 어떨지 현실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기업과 인재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에서는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기업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청년들은 본인들의 적성, 직무 방향성 등을 정확히 깨닫고 스스로를 판단해야 한다. 요즘 PC방 알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무조건 대기업, 공기업만 준비하는 청년들도 많다. 옳지 않다. 나를 돌아보고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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