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기업만의 이유가 있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고용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청년실업률’ 문제에 있어 기업도 할 말은 있다. 근로자가 일을 못해도 자를 수 없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한정돼 있지만 정부의 규제에 발이 묶여 고용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력이 없어도 고용은 계속 확대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해야 한다. 정부의 기조에 따라가지 않으면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

좋은 인재를 대거 채용하고, 근로자들의 ‘워라밸’을 실현하는 것이 결국 기업의 생산효율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실업률’의 책임을 기업에게만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조심스런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 무작정 자금 풀고 고용 늘리라니… ‘기업’도 힘들다 

무작정 고용을 하기엔 기업 입장에서도 어려운 부분은 많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기업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규제는 심화되는 환경에서 무작정 자금을 풀고 고용을 늘릴 수는 없어서다.

기업은 꾸준히 고용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지난해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가대상 6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고용 현황은 7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정부효율성(28위) △기업여건(48위) △사회여건(42위) 등 부문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기업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 경쟁력 순위에 비해 노동시장 효율성 등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137개국 중 종합순위 26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를 기록했다. △고용 및 해고관행(88위) △임금결정 유연성(62위) △인재유치 국가 능력(42위) 등의 부문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재계에선 경직된 제도 등이 우리나라 고용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근로자의 성과가 좋지 못해도 기업이 함부로 자를 수 없다는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1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도입했던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의 양대지침은 지난해 9월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만 강요한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진행할 수 있는 연간 고용 수준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일자리 개선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을 위한 고용 확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단면적인 실업률 수치가 국내 고용 환경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기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기업만이 고용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어서다.

◇ 그럼에도 대기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

그럼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생각보다 높다. 화살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력은 개선됐으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낙수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의 ‘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중견기업의 고용변화와 청년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이익은 늘었다.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수에서 확인됐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수는 김대중 정부 중기 시점인 2000년 당시 544개소에서 이명박 정부 말기에 1,831개소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 총액도 변했다. 대기업의 자산총액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계열사 확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는 총 1,991개소가 됐다.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근로자들의 삶도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기업이 직원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항목인 ‘급여’와 ‘복리후생비’에서 알 수 있다. 특히, 이 수치는 외국계 기업과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이베이코리아, SAP코리아 등 대다수의 외국계 기업은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634억원과 영업이익 1,14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1,773억원을 지출했다. 영업이익 대비 1.5배 많은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 9,519억원 및 영업이익 623억원을 달성했다. 급여와 복리후생비로는 737억원을 사용했다. SAP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881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SAP는 급여, 복리후생비로 669억원을 사용했다. 영업이익 대비 3.4배다. 모든 외국계 기업의 현황을 열거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익을 얻는 만큼 직원에 투자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내 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영업이익 순위 상위권에 해당하는 삼성전자(1위), SK하이닉스(2위), SK(3위)의 현황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39조원의 매출, 5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급여와 복리후생비로는 26조원을 사용했다. 영업이익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30조원의 매출, 13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급여와 복리후생비로는 5,551억원을 사용했다. 영업이익의 0.04배다. SK 역시 5조8,6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당시 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로는 1조3,500억원을 사용했다.

물론 급여와 복리후생비 투자 규모만으로 기업의 고용환경 개선 의지를 판단할 수 없다. 영업이익 이상의 금액을 사용한다고 좋은 기업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 청년들이 외국계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인식하는 데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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