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평화가 온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추도식 주제다. 3기 민주정부 시대가 열리면서 10여년 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를 기념했다. “평화가 있어야 통일이 있다”고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보관을 되새기는 차원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추모의 집’에는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를 그리다’라는 제목의 기획전시가 준비됐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장면들을 모은 사진전이다. 추모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두 전직 대통령이 걸어온 평화통일의 길을 되돌아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앞둔 주말,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은 생전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을 관람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추모의 열기는 계속됐다. 일명 ‘담쟁이벽’으로 불리는 추모의 집 외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여있었다. 영상관에는 이따금씩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담은 영상을 관람하던 추모객들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오는 23일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지 9년이 되지만 여전히 비통한 심정을 나타내는 추모객들이 많았다. 서거 9주기를 앞둔 주말, 봉하마을(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94-1)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9주기 추도식의 주제는 ‘평화가 온다’로 정해졌다. 추모의 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의 궤적과 함께 평화통일을 위한 민주정부의 노력을 담았다. <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정적을 깬 것은 아이들의 웃음이었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은 젊은 부부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한 손에 노란 풍선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노란 바람개비를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기념품가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려진 옷으로 바꿔 입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겠지만,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나들이로 기억될 터였다. 초등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는 만난 적이 없는 “노무현 할아버지가 보고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 후 머물렀던 사저가 정식 개방됐다. ‘노무현 친구’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이름을 딴 연수원도 개원했다. <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봉하마을도 변화를 맞았다. 이달 1일부터 사저를 정식 개방했다. 2016년 5월 언론에 첫 공개된 이후 추모행사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개방해오다 마침내 문을 열었다. ‘사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른 것이다. 같은 날 봉하마을 입구 쪽에 위치한 강금원기념 봉하연수원도 개원했다. 당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들과 손님들이 지낼 봉하연립주택으로 세워졌으나, 교육연수시설로 용도를 변경했다. 고인이 된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벗이자 후원인이다.

오는 23일 추도식을 앞두고 묘역과 주변이 정비되고 있다. 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묘역 둘레를 감싸고 있던 꽃이다. <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묘역에서 봉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정비를 끝낸 상태다. 산 언저리에 있는 부엉이바위 주변으로는 난간이 설치되는 대신 벤치가 놓였다. 추모객들은 벤치에 앉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괴로운 심정을 헤아렸다. 산 아래 보이는 봉하마을의 모습은 분주했다. 추도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묘역 둘레를 감쌌던 꽃 메리골드를 교체했다. 생가 옆 쉼터는 23일 전까지 보수 공사를 마치기 위해 일꾼들의 손놀림이 바빴다. 다시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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