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47경기 28승 19패 승률 0.596 2위.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 현재 성적이다. 5월초 3위로 뛰어오른 한화 이글스는 좋은 결과를 이어가며 SK 와이번스까지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의 경기력과 분위기로는 가을야구 진출도 충분해 보인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한화 이글스의 이러한 행보를 예상하거나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고, 팀이 추구하는 기조도 달라졌지만 “리빌딩을 위한 시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FA시장에 준수한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지난 몇 년과 달리 일찌감치 지갑을 닫았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를 하기도 했다. 대신 한화 이글스는 한용덕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내부 육성’을 추구하며 리빌딩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즌이 개막한 뒤에는 베테랑 핵심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으로 공백이 발생했다.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던 권혁과 이제는 KBO 최고령선수가 된 박정진은 부상으로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송창식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다. 가장 믿음직했던 정근우와 김태균이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이글스는 서서히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전 감독의 실패를 스스로 증명해나가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은 투수운용과 ‘지옥의 펑고’로 대표되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팀을 이끌었다. 또한 선수 육성보단 경험 많은 선수 영입을 선호했다. 실제 김성근 전 감독 시절 한화 이글스의 트레이드를 돌이켜보면, 미래보단 현재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정반대다. 먼저,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는 원칙적 투수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혹독하기로 유명하던 스프링캠프와 경기 후 마무리 훈련의 풍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잘 쉬는 것’과 ‘집중적인 훈련’을 강조한다. 아울러 신예선수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가 나오더라도 질책보단 격려를 해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유독 황당한 실책이 많았고, 부상도 줄을 이었다. 김성근 전 감독이 “쓸 선수가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을 정도다. 또한 시즌 도중임에도 마치 한국시리즈처럼 경기를 운영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선수들에겐 ‘나머지 훈련’까지 시키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정신력과 노력이 예전만 못하다며 혀를 차곤 했다.

현재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김성근 전 감독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감독 교체다. 그런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2위로 등극했다. 황당한 실책보단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수비가 더 많이 보이고, 무기력한 패배보단 쉽게 지지 않은 모습이 더 많아졌다. 특정 선수만 주구장창 마운드에 오르는 일은 없고, 많은 선수들이 제각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당장 1경기를 놓치더라도 투수운용의 원칙을 절대 깨지 않는데, 그 결과는 10경기 승률로 돌아오고 있다. 과거엔 시즌이 거듭될수록 상황이 더 나빠졌지만, 올 시즌엔 그렇지 않다.

달라진 한화 이글스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잘하는 1~2명에 의존하기보단 조직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쪽이 더 오래간다.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휴식이다.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전 감독이 실패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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