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 감독이 감독으로서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지네딘 지단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이끌었다. 어떤 찬사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대단한 기록이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각국 리그의 최강 팀들이 참가해 진정한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다. 챔피언 중의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이기에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것, 더 나아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유럽의 수많은 축구 구단 중 우승컵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구단은 22개에 불과하다. 유럽 축구계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최근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산 넘어 산’을 여러 번 넘어야 우승에 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것도 2018년에 말이다. 초창기 레알 마드리드의 5연패, 1970년대 아약스와 바이에른 뮌헨의 3연패 등이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1992년 이후엔 2연패조차 성공한 구단이 없었다. 2연패와 3연패 모두 레알 마드리드가 유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단 감독이다. 지단은 2016년 1월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았다. 1군 수석코치나 2군 감독을 맡은 적은 있었지만, 1군 감독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여러 우려가 쏟아졌고, 리그 우승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지단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다. 1군 감독 데뷔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7번째 인물이 됐다.

이듬해인 2016-17시즌, 지단 감독은 처음으로 한 시즌 전체 일정을 소화했다. 결과는 완벽했다. 40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는 등 압도적인 행보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또 다시 결승 무대에 올라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2연패에 성공했다. 감독 1·2년차에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50년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끈 호세 비야롱가 감독 이후 지단이 두 번째다.

3년차에 접어든 올 시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잠시 부진에 빠졌고, 가레스 베일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리그에서 뜻밖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잦았는데, 그 사이 ‘라이벌’ 바르셀로나는 무패행진을 달렸다. 결국 일찌감치 리그 우승경쟁에서 멀어졌고, 컵대회에서도 8강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자칫 무관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단에겐 챔피언스리그가 있었다. PSG,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등 각 리그의 최강자를 연이어 꺾은 레알 마드리드는 결승전에서 리버풀까지 꺾으며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3연패. 그것도 데뷔 1~3년차에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지단이 유일하다. 지단이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사실, 지단은 대단한 ‘전술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추구하는 색깔이 뚜렷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단이 대단한 이유,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한 이유는 ‘리더십’에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구단이다. 모두 뛰어난 실력과 야망을 지니고 있고, 몸값도 엄청나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이 선수들을 하나의 힘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단 감독은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단의 이러한 능력은 선수시절 경험에서 기인한다. 축구사에 남을 최고의 선수였던 그는 선수시절에도 보통의 스타선수들을 능가하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저마다 뛰어난 실력과 카리스마, 개성을 지닌 선수들이 모인 프랑스 대표팀은 물론, 마치 만화처럼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을 불러 모았던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주장으로서 활약한 그다.

선수 시절부터 드러났던 이러한 특별함은 감독 지단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의 선수시절 못지않게 화려한 선수단을 자랑한다. 당장 어느 팀에 가더라도 에이스로 활약할 선수가 벤치에 앉아있는 일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쟁쟁한 스타들이 모인 최고 수준의 구단은 필연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네이마르를 영입한 뒤 선수들 간의 불화를 겪은 PSG가 대표적이다. 연봉이나 출전시간에 불만을 갖고 이적을 요구하는 일은 더욱 잦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이러한 잡음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논란이 크게 확산되거나, 경기장에서 부적절한 모습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최근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레스 베일이 결승전에서 2골이나 기록한 것은 지단 감독의 특별한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고의 선수들을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 지단. 감독으로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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