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녀 임금차별, 이대로 괜찮나

똑같은 일을 하는데 받는 임금은 다르다. 성별로 따지면 ‘여성’이 그 피해자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임금을 주는 이도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법으로도 금지돼 있지만 작동이 멈춘지 오래다. ‘불평등’이 당연한 듯 똬리를 튼 이유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행되는 차별. 뭔가 잘못됐다. 대한민국 남녀임금차별, 이대로는 안된다. [편집자주]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한민국 남성vs여성 임금차이 36.7%.’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성별에 따른 임금의 차이)는 36.7%(2016년 기준)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3만3,000원을 버는 셈이다. 한국 여성은 연간 95일을 더 일해야 비로소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OECD가 남녀의 임금격차 통계를 조사한 2000년부터 16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성별임금격차가 30%를 초과하는 유일한 나라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5 세계 성차별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비슷한 일을 할 때 임금 평등도’ 항목에서 0.55점(116위)으로, 성별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성별에 따른 임금의 차이)는 36.7%(2016년 기준)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14.1%였다. OECD ‘성별임금 격차(Gender wage gap)’는 전일제 근로기준 중위임금의 월 평균 임금격차를 말한다(Total, % of male median wage, 2016 or latest available).

◇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3만3,000원… 왜

고용노동부는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여성 노동시장’의 특징에 기인한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 원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여성들은 결혼·출산 등을 겪으면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되고, 그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열악한 일자리 및 고용형태로 취업하기 때문에 성별 임금격차가 발생,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1.2%로, 남성(26.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여성 비정규직 임금 역시 129만원으로, 남성 비정규직(188만원) 보다 현저히 낮았다.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2017년 최저임금인 132만원보다 낮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는 좀 더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100인 이상 기업 종사근로자의 정체적인 성별임금격차가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22.3%) 보다 정규직(32.0%)이, 성별임금격차가 30% 미만인 100인 미만 보다 30%를 초과하는 100인 이상의 성별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남녀임금격차 실태조사 결과, 100인 이상 기업 종사근로자의 정체적인 성별임금격차가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22.3%) 보다 정규직(32.0%)이, 성별임금격차가 30% 미만인 100인 미만 보다 30%를 초과하는 100인 이상의 성별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담당자 112명, 근속년수 1년 이상 정규직 남녀노동자 402명 / 조사기간 : 2017.8.14.∼9.21 / 조사 업종 : 제조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 규모 : 100인 이상>

연구원은 근속년수 1년 이상의 정규직 남녀노동자(402명)와 인사담당자(112명)을 대상으로 ‘남녀임금격차 실태조사’도 실시했는데, 부장급 이상의 집단에서 여성의 비율이 현격히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여도 기업 내 고위관리자로의 여성 진입이 매우 어려운 만큼 남녀 간의 임금격차가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조사에 따르면 승진에서 남녀 차이가 있다고 응답한 이유에 대해 ‘남성 중심적 회사관행이나 조직문화 때문’을 지적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남성 61.6%, 인사 68.2%, 여성 81.5%)

인사담당자와 남성노동자는 ‘여성의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가 각각 40.9%, 59.6%로 높았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사담당자와 남성노동자가 정의하는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남성 중심적 회사관행이나 조직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입사 때 △부서(업무) 배치 △임금 산정 △급여 △승진 △교육훈련 △인사고과 등의 차별 경험은 전 항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2~4.7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임금격차를 단순히 경력단절에 따른 비정규직의 문제로만 단정 짓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차별은 성차별”

여성․시민단체들은 이미 채용 과정에서부터 성차별을 겪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는 이런 지적을 방증한다. 금융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A은행은 과거 채용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높게 준 사실이 드러났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남성을 채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점수를 조작한 것이다. B은행 역시 최종합격자 성비를 애초부터 4대1(남성vs여성)로 정해놔 여성 지원자의 합격 커트라인만 48점이나 높게 설정하고 공채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노동자보다 월급을 적게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남성이 여성보다 힘든 일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이유다. 여성 구직자에게만 ‘결혼, 남자친구, 출산(결남출)’과 관련된 질문이 돌아온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OECD 성별임금격차(성별에 따른 임금의 차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6.7%(2016년 기준)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3만3,000원을 버는 셈이다.

“여성의 경험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주요 업무가 아닌 보조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나이듦이 연륜으로, 숙성된 노하우로 인정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나이듦은 장식 기능을 상실한 쓸모없음으로 취급된다. 더 이상 부리기 쉬운 어린 여성이 아닌 경험이 축적된 여성들은 수순대로라면 승진을 해서 관리자로 진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강고한 유리천장에 부딪힌 여성들은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퇴출된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경력단절이라기 보다는 고용단절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한 설명이 될 것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결국 ‘성별임금격차’는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한 질문과도 맥이 닿아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경력단절을 겪게 되고, 이후 고용시장에서의 차별이라는 악순환의 피해자가 되고 있어서다. 여성 시민단체들이 ‘성별임금격차’를 ‘성차별’로 규정짓는 이유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임금차별은 불법”이라며 “지난해 한 미국드라마(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한국계 미국 배우들이 하차를 한 적이 있다. 인종에 따른 임금차별이 이유였다, 국제사회에 나가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여성 차별이 심한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차별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우리의 인권침해에 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외면하고 홀대하며 소외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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