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유나이티드는 2003-04 시즌을 끝으로 EPL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리즈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신조어라 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전성기’, ‘황금기’ 등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리즈 시절’이란 말은 축구계에서 탄생했다. 잉글랜드 축구 구단 ‘리즈 유나이티드’가 ‘리즈 시절’의 그 ‘리즈’고, ‘시절’은 2000년대 초반을 가리킨다.

‘리즈 시절’이란 말이 만들어진 것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막 입단해 국내에서도 EPL의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 맨유 소속으로, 금발머리와 잘생긴 외모 덕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앨런 스미스가 ‘리즈 시절’이란 말을 만든 장본인이다.

앨런 스미스는 리즈 유나티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 맨유로 이적했는데, 맨유에서의 활약은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에 미치지 못했다. 바로 여기서 ‘리즈 시절’이란 말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리즈 시절’이란 말은 2000년대 초반 리즈 유나이티드를 가리키는 말로 확대됐다.

1919년 창단한 리즈 유나이티드는 1960~70년대 첫 전성기를 맞은 바 있다. 1960년대 초반만해도 2부리그에 머물던 리즈 유나이티드에 전성기를 가져온 것은 돈 레비 감독이다. 선수 출신인 그는 레스터 시티, 헐 시티, 맨체스터 시티, 선더랜드 등을 거쳐 선수생활 끝 무렵인 1958년 리즈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고, 1961년 선수 겸 감독으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1974년까지 리즈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1부리그 승격은 물론 두 차례 1부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FA컵과 리그컵, 그리고 유럽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잠시 주춤하던 리즈 유나이티드는 1990년대 후반 재기에 성공했다. 1989-90시즌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에 성공하더니 1991-92시즌엔 1부리그 우승을 다시 이뤄냈다. 이후에도 줄곧 상위권에 위치하며 EPL출범 초기 대표적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리즈 유나이티드다.

‘리즈 시절’이 시작된 것은 새 천년의 문이 열린 2000년이다. 1997년 회장 자리에 오른 피터 리즈데일은 리즈 유나이티드가 1999-00시즌 리그 3위를 차지하며 UEFA컵 진출권을 따내자 이에 한껏 고무됐다. 그리고 리오 퍼디난드, 로비 킨, 올리비에 다쿠르 등 이름난 선수들을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의 ‘폭풍 영입’은 EPL에서도 큰 화제였다. 여기에 이언 하트, 앨런 스미스, 조나단 우드게이트 등 유망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리즈 유나이티드는 UEFA컵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다.

문제는 구단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리즈 유나이티드는 속된 말로 ‘장사’를 제대로 할 줄 몰랐고, ‘운영’은 방만했다. 비싼 값을 들여 사온 선수를 헐값에 팔고, 선수들의 높은 연봉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주다보니 구단 경영은 금세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순식간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리즈 유아니티드는 2002-03시즌 15위로 추락하더니 2003-04시즌엔 19위로 2부리그 강등에 직면했다.

1999-00시즌부터 2003-04시즌까지 리즈 유나이티드가 기록한 순위는 3위-4위-5위-15위-19위였는데, 바로 이것이 ‘리즈 시절’을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2부리그로 떨어진 리즈 유나이티드는 재정 파탄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앨런 스미스 등 많은 선수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홈구장과 훈련장까지 팔아야했다. 거듭된 혼란 속에 2006-07시즌엔 3부리그로 강등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다시 2부리그로 돌아온 것은 2010-11시즌에 이르러서다. 하지만 이후에도 리즈 유나이티드는 승격보단 잔류에 무게추가 쏠린 행보를 이어왔다.

2017-18시즌도 마찬가지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3위에 그치며 6위까지 주어지는 승격 플레이오프와 거리가 멀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언제쯤 다시 EPL로 돌아와 다시금 ‘리즈 시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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