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뽑히는 케빈 듀란트. 2016/17시즌부터 골든 스테이트에 합류해 두 시즌 모두 파이널에 진출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불과 2년 전까지 NBA에서 통용되던 법칙이 하나 있다. 역사상 어느 두 팀도 3년 연속으로 파이널에서 만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로버트 오리가 가진 7개의 반지는 모두 다른 팀들을 상대로 얻어낸 것이며, 마이클 조던은 5개 팀을 상대로 6번의 우승을 따냈다. 2000년대 후반을 달궜던 코비의 레이커스와 보스턴 빅3의 결승전 대결도 2번에서 멈췄다. 이 법칙은 심지어 1960년대 보스턴 셀틱스가 8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때도 지켜졌다. NBA에 단 8~9개 팀만이 존재하던 시절이다.

구단 수가 30개로 늘어나고 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청년들이 문을 두드리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NBA 파이널 매치에는 단 두 팀만이 초대받고 있다.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지난 2016/17시즌 NBA 결승전에서 만나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파이널에서 만난 팀들이 됐다. 그리고 올해, 6월 1일(한국시각) 시작된 NBA 파이널 역시 익숙한 얼굴들로 채워졌다. 4년 연속으로 두 팀이 서부와 동부의 최고 팀이 된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우선 골든 스테이트의 파이널 진출 역사를 살펴보자.

지난 2014/15시즌,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67승을 기록하며 챔피언십을 거머쥐었을 때 모든 이들이 워리어스 구단과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경기력 자체가 뛰어났음은 물론 슈퍼스타의 영입 없이 드래프트로 뽑은 선수들만으로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에 가치는 더 컸다. 팀의 주축인 스테판 커리는 1라운드 7픽, 클레이 탐슨은 1라운드 11픽 출신이며 모션 오펜스와 수비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드레이먼드 그린은 2라운드 53픽 지명자다. 데뷔 당시 받았던 평가를 가뿐히 뛰어넘은 이 선수들은 모두 워리어스 구단이 직접 뽑고 키워낸 선수들이다.

반면 15/16시즌은 골든 스테이트가 다시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73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반면 결승전에선 클리블랜드에게 3연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주전 스몰포워드 해리슨 반즈가 5‧6‧7차전에서 단 15득점(평균이 아니라 3경기에서 기록한 총 득점)에 그쳤으며, 7차전에서는 커리와 탐슨마저 17득점과 14득점으로 부진했다. 여기까지는 NBA의 역사에서 수없이 피고 졌던 강호들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이 해 오클라호마시티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내린 결정은 골든 스테이트와 자신, 그리고 수많은 NBA 구단들의 미래를 바꿔놓았다. 단 2년, 그것도 선수 옵션이 포함된 1+1 계약으로 골든 스테이트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그 시즌에 듀란트는 골든 스테이트에게 우승컵을 선물했으며 자신은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직전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골든 스테이트와 7차전 승부를 벌였던 오클라호마시티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17/18시즌을 앞두고 맺은 새 계약에 따라 듀란트가 받게 된 연봉은 2,500만달러. NBA 연봉 규정상 듀란트가 받을 수 있는 최고연봉이 3,450만달러였으니 제 몸값을 950만달러 깎으면서 골든 스테이트와 계약한 셈이다. 팀이 선수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총 연봉의 상한선을 정해놓은 NBA에서 선수가 자기 연봉을 깎는 ‘페이컷’은 시장질서의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골든 스테이트는 리그 최고의 선수를 15번째로 비싼 연봉에 사용함으로서 대부분의 강팀들이 겪었던 ‘대권 도전과 리빌딩의 사이클’을 무시할 수 있게 됐다. 밥 마이어스 단장은 듀란트의 페이컷으로 인해 안드레 이궈달라와 숀 리빙스턴 등 핵심 벤치선수들을 지킬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듀란트는 선수 옵션을 실행해 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다. 듀란트가 워리어스 구단의 전력 유지를 위해 다시 한 번 페이컷을 감수할지, 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물론 듀란트가 떠나거나 제 연봉을 받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골든 스테이트가 강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파이널 진출을 장담할 정도까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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