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클리블랜드의 4년 연속 파이널 진출과 본인의 8년 연속 파이널 진출 기록을 쓴 르브론 제임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4년 전, 르브론 제임스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클리블랜드는 매년 파이널에 진출하며 동부지구의 절대자 입지를 공고히 했다.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이번 시즌 또한 마찬가지다. 인디애나와 보스턴을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최후의 승자는 결국 클리블랜드였다.

클리블랜드의 4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논하려면 우선 르브론의 8년 연속 파이널 진출 기록을 살펴야 한다. 그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2010년 이후 동부지구의 승자는 언제나 르브론의 소속팀이었다. 이후 7년 동안 르브론은 플레이오프 146경기에 출전해 평균 28득점과 9리바운드, 6.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르브론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 이상이다. 결승전 1경기까지 19게임을 치르는 동안 34.9득점·9.2리바운드·8.7어시스트를 올렸다. 승부처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슛도 여러 번 터트리며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84년 12월생, 만 33세의 나이로 41분이 넘는 출전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체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르브론 제임스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는 별개로, 클리블랜드라는 팀이 가진 경쟁력이 과연 NBA 최고의 팀을 가리는 무대에 어울리는가는 또 다른 질문이다.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클리블랜드의 ELO레이팅(팀 전력지표)은 1552에 불과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강한 팀들을 꺾으며 1607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1732의 휴스턴이나 1686의 유타와 비견될 바는 아니다. 심지어 1라운드에서 뉴올리언스에게 4대0탈락을 당한 포틀랜드(1614)보다도 낮다.

휴스턴과 유타, 뉴올리언스는 모두 서부지구 소속이다. 서부에 비해 동부 팀들의 전력이 현저히 약화된 현상을 일컫는 ‘서고동저’는 단순한 통계적 오차로 치부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1999/2000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서부 팀은 동부 팀과 총 7,770번 맞붙어 57.0%의 승률을 올렸다. 비교 대상을 플레이오프 진출 8개 팀으로 한정지으면 서부의 승률은 59.4%로 높아진다. 18번의 파이널 매치에서도 서부 팀이 12번 우승컵을 가져갔다(승률 66.7%).

이는 동부 팀들이 서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하며,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 모은 ‘슈퍼 팀’의 입장에서는 훨씬 수월하게 파이널까지 진출할 수 있는 무대가 준비돼있음을 뜻한다.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8회 연속 파이널 진출기록 중 절반을 마이애미 ‘빅3(르브론·웨이드·보쉬)’와 함께 썼다. 나머지 절반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최근 3년 동안 동부지구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다. 선수 영입의 포커스는 즉시전력이 될 수 있는가에 맞춰졌으며, 트레이드 자원이 부족할 때는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팔았다. 클리블랜드는 올해와 내년 신인 드래프트 자체지명권 4장(1·2라운드)을 모두 다른 팀에게 넘긴 상태다. 르브론 제임스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윈 나우’ 행보다.

그 결과 클리블랜드는 4년 연속 결승에 올랐으며, 지난 2015/16 시즌에는 역대 최강팀 자리를 노리던 골든 스테이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70년에 창단된 이래 첫 우승이었던 만큼 이것을 성공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클리블랜드가 이대로 우승컵을 추가하지 못하고 르브론의 시대를 끝마칠 경우, 혹은 당장 내년에 르브론이 이적할 경우 그동안의 투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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