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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그 이름, 국제금융중심지②] 돈이 모이는 도시에는 이유가 있다
2018. 06. 05 by 현우진 기자 hwjin0216@naver.com
뉴욕은 세계 최고의 금융중심지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와 뉴욕증권거래소가 있는 이곳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돈과 사람들이 몰린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좋은 국제금융센터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바꿔 말하면, 어느 도시가 돈을 투자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까. 일반적으로 좋은 금융중심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접근성이 좋고, 경제제도와 법이 잘 관리되며, 현지인이 아니더라도 생활하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사업기회가 많고 여러 인센티브까지 제공된다면 금상첨화다.

서울국제금융센터(SIFC)가 동북아시아의 금융 허브 자리를 꿰찬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넘어야 한다. 전통의 강자인 도쿄·오사카와 상하이를 앞세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도 선발주자지만, 가장 앞서나가 있는 것은 결국 세계 금융도시 ‘빅4’의 일원으로 손꼽히는 홍콩과 싱가포르다.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인정받는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했는지, 한국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세계 최고의 자유경제도시, 홍콩

홍콩은 금융항구로서의 오랜 역사와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금융중심지로 군림하고 있다. <뉴시스/AP>

런던과 뉴욕의 명성에는 다소 밀릴지라도,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이 가지는 입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2018년 3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홍콩은 781포인트를 기록해 세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전 자료를 찾아봐도 이따금 싱가포르에게 3위를 내줬을 뿐, 홍콩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 자리를 고수해왔다.

제 2차 아편전쟁의 대가로 영국에게 할양된 홍콩은 이후 영국과 아시아를 잇는 무역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자연스레 선진화된 제도와 금융체계가 홍콩에 자리 잡았으며, 영어활용률도 높아졌다. 1997년에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홍콩의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고 중국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유치하면서 국제자본을 긁어모았다.

국제무역항으로서 쌓은 평판에 중국이라는 든든한 배후자도 둔 홍콩은 서울과 조건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역사적·지리적 배경 외에도 홍콩이 성공적인 국제금융센터로 발돋움한 이유는 많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지수’에서 24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보장된 경영·거래의 자유가 대표적이다. 캐나다의 싱크탱크 ‘프레이저 인스티튜트’ 또한 홍콩이 1980년대 이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 원인을 작은 정부와 높은 국제무역자유도, 그리고 신용시장에 대한 낮은 규제를 뽑았다.

반면 한국은 헤리티지 재단의 같은 자료(2018년 기준)에서 73.8점을 기록하며 세계 27위에 그쳤다. 패인은 49.9점에 그친 ‘정부에 대한 신뢰’ 항목(홍콩 82.8점). 헤리티지 재단은 “정부의 부정부패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물수수와 지위 남용, 재물갈취 행태가 정·재계에 만연하다”며 보다 투명한 정치·경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투자하기 좋은 나라의 대명사’가  된 싱가포르

높은 투자유인능력과 효율적인 정부운영체제를 갖춘 싱가포르는 서울국제금융센터가 벤치마킹해야 할 롤모델로 뽑힌다. <뉴시스/AP>

오랜 기간 동안 영국의 통치를 받으며 동서양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의 출발은 미미했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의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1,580달러에 불과했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현재 싱가포르는 한 해 외국인투자유치실적이 1조3,637억싱가포르달러, 한국 돈으로 1,094조원에 달할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탈바꿈한 상태다(2016년 KOTRA 자료). 같은 해 홍콩의 외국인투자유치액수는 1,748억달러(184조원) 수준이다.

여기에는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 투자기업에게 최고 수준의 유인책을 제공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깔려있다. 법인세 자체도 17%로 낮은 편이지만,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이 운영하는 다양한 투자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한다. 외국 투자기업에게 다년간 5~10%의 우대세율을 제공하는 ‘개발확장 인센티브(DEI)’ 등 다양한 조세지원제도는 물론, 연구개발과 직업훈련에 대해선 현금지원도 병행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는 왜 싱가포르가 외국인에게 매력 있는 금융시장이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작년 9월 공개된 가장 최근의 자료에서 싱가포르는 ‘근로유인에 대한 조세효과’ 항목에서 세계 1위, ‘투자유인에 대한 조세효과’에서 5위를 차지했다. ‘증권거래 관련 규제’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금융시장 발전과 관련한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투자유인에 대한 조세효과’에서 47위, ‘증권거래 관련 규제’는 71위에 불과했다.

‘굿 거버넌스’로 표현되는 국가운영능력도 타 국가들에 비해 싱가포르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부문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투명한 법제도운영체계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만큼 금융기관의 손놀림도 깨끗하다. 세계 비영어권국가 중 5위 수준의 영어구사력(‘에듀케이션퍼스트’ 2017년 조사, 한국 30위)도 무형의 자산이다.

싱가포르는 홍콩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략계획에 의해 육성된 금융중심지라는 점에서 서울과 닮았다. 런던·뉴욕과 같은 종합금융중심지가 아니라 외환·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출발 단계인 서울국제무역센터가 벤치마킹하기 좋은 특성이다.